확장재정이 금리인상과 엇박자가 아닐 수 있다는 뜻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연 2.75%에서 3.00%로, 긴축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신현송 총재가 "정부의 확장재정이 통화정책을 오히려 돕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리를 올리면서 재정 확대를 경계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조건 충돌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인상했습니다. 같은 날 발표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 상향했습니다. 내년 전망치도 2.1%에서 2.9%로 0.8%포인트 높였습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경기 호조가 성장률 상향을 주도했고, 소득 개선에 따른 소비 회복과 투자 확대도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봤습니다. 금리를 올리는 긴축 국면에서 경제 전망을 크게 높인 셈입니다.
신 총재는 "GDP 갭의 플러스 전환 시점이 내년에서 올해로 앞당겨질 것"이라며 "지금도 거의 임계치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GDP 갭은 실제 생산 규모가 정상적인 생산능력을 얼마나 웃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갭이 플러스로 전환된다는 것은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경우 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에 맞춰 한은은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4%에서 2.5%로, 내년은 2.3%에서 2.5%로 각각 높였습니다. 신 총재는 2분기 국민총소득(GDI)이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것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하며 "유례없는 수치"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의 확장재정은 한은 입장에서 양면적인 변수입니다. 재정 집행 과정에서 건설·설비·인력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 단기적인 물가 압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를 올려 수요를 억제하는 통화긴축과 정반대 방향입니다. 일반적으로 확장재정과 통화긴축이 같은 시기에 맞물리면 정책 간 충돌로 해석됩니다. 이 구도 안에서 신 총재의 발언은 단서를 달았습니다. 재정지출의 형태와 용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신 총재는 "재정지출이 미래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에 적용돼 잠재성장률을 올리면 반드시 엇박자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잠재성장률은 경제가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성장할 수 있는 속도입니다. 재정이 이 속도 자체를 높인다면 성장률 상승이 통화긴축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이어 "재정지출의 형태나 규모·용도에 따라 그 답이 정해지는 것 같다"며 향후 재정 집행 내용을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어디에 쓸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지금은 판단을 유보한 것입니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 교수는 "재정과 통화정책은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총재가 에둘러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정이 생산성 향상과 잠재성장률 제고로 이어진다면 그로 인한 성장률 상승은 현재의 긴축과 반드시 엇박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최 교수는 "실제 재정지출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신 총재도 같은 맥락에서 "형태와 용도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두 발언 모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지 현재의 재정 집행을 긍정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렸다고 해서 정부 재정 확대가 무조건 경기에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아닙니다. 재정이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쓰인다면 두 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신 총재의 설명입니다. 이번 금리 인상의 배경에는 성장률 전망 상향과 GDP 갭 조기 플러스 전환이 있었습니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달아오르는 상황에서 물가 압력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재정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가 이후 금리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