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돌릴 시간만 바꿔도 전기요금이 줄어든다 세탁기를 오전 11시에 돌릴지, 오후 6시에 돌릴지. 대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바꾸는 것만으로 전기요금이 실제로 차감됩니다. LG전자와 한국전력이 손잡은 '스마트가전 캐시백' 사업이 그 구조입니다. 이 시도는 가전 한 대의 편의 기능이 아니라, 전국 전력망의 부담을 나눠 가지는 방식입니다.
LG전자와 한국전력은 2025년 5월 26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시범사업 추진을 공식화했습니다. 캐시백 금액은 전력 사용량 1㎾h(킬로와트시)당 100원, 시간당 최대 300원입니다. 돌려받은 금액은 한전 에너지 캐시백 서비스를 통해 전기요금에서 자동으로 차감됩니다. 별도 계좌로 받는 방식이 아니라, 다음 달 전기요금 청구서에서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대상 제품은 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스타일러 4종이며, 워시타워와 워시콤보도 포함됩니다. 참여하려면 한전 스마트가전 캐시백 서비스에 가입한 뒤, LG전자의 AI홈 플랫폼 'LG 씽큐' 앱과 연동해야 합니다.
캐시백이 적용되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봄철(3~5월)과 가을철(9~10월)의 주말·연휴,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입니다. 하루 3시간, 특정 계절 주말에만 해당합니다. 평일이나 여름·겨울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범위가 좁아 보일 수 있지만, 역으로 보면 조건이 명확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앱 연동이 돼 있다면 별도로 챙기지 않아도 해당 시간에 가전을 작동하면 자동 적립됩니다.
태양광 발전은 낮 12시 전후에 출력이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봄·가을 주말은 공장 가동이 줄고 냉난방 수요도 낮아, 전력 소비가 적습니다. 발전량은 많은데 쓰는 곳이 없는 상황, 이른바 '재생에너지 과잉'이 발생합니다. 전력이 남으면 발전기를 강제로 멈추거나(출력제한), 인근 지역으로 전송하는 데 비용이 듭니다. 한전이 이 시간대에 가정의 전력 소비를 유도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요금 할인, 전력망에는 부담 경감, 재생에너지에는 활용 기회입니다. 이번 캐시백은 세 가지를 동시에 겨냥한 수요 분산 실험입니다.
한전은 기존에도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은 그 위에 LG전자의 가전 플랫폼을 얹은 형태입니다. 차이는 '언제 줄였느냐'가 아니라 '언제 사용했느냐'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에너지 캐시백이 총 사용량 절감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 사업은 사용 시간대 이동에 초점을 둡니다. 전기를 덜 쓰지 않아도 됩니다. 시간만 맞추면 됩니다. LG전자는 이를 계기로 씽큐 플랫폼을 활용한 에너지 관리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에어컨을 정부 권장 냉방온도인 26℃로 설정하도록 유도하는 '씽큐 26도 챌린지'도 같은 흐름의 서비스입니다.
정기현 LG전자 HS플랫폼사업센터장 부사장은 "AI홈 플랫폼 LG 씽큐를 기반으로 고객과 함께 스마트하게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화를 확산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에 기여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습니다. 한전 입장에서는 수요 분산 수단이지만, LG전자 입장에서는 씽큐 앱의 실사용 기반을 넓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가전을 한 번 구매한 소비자를 앱 플랫폼 이용자로 전환하는 유인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이번 사업은 시범 단계입니다. 향후 참여 제품 확대 여부나 평일·여름 시간대 적용 가능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참여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한전 스마트가전 캐시백 서비스 가입, 그리고 LG 씽큐 앱과의 연동입니다. 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스타일러 중 하나라도 LG 제품을 쓰고 있다면 지금 앱 연동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봄·가을 주말 낮 11시~오후 2시, 시간당 최대 300원. 세탁기 한 번 돌리는 시간을 바꾸는 것으로 시작하는 전력망 실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