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콘서트를 여는 이유 — 쇼핑 말고 '37분'을 팔기 위해 더현대 서울 안에 있는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고객이 머무는 시간은 평균 37분입니다. 같은 건물 패션 브랜드 매장의 평균 체류시간은 4분입니다. 9배 차이입니다. 롯데, 신세계, 현대 세 유통 그룹이 지금 클래식 콘서트를 열고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라운지를 차리는 건 이 숫자 때문입니다.
지난 23일 롯데월드타워 야외 광장에서 무료 클래식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지휘자 정한결과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랐고, 시민 약 4500명이 찾았습니다. 다음 달 2일부터 5일까지는 코엑스에서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6'이 열립니다. 신세계그룹이 공식 헤드라인 파트너로 참여해 그룹 전용 공간 '신세계 라운지'를 운영합니다. 같은 기간 2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에는 현대백화점이 5년 연속 공식 파트너로 참여합니다.
유통 그룹이 예술과 손잡은 역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롯데는 2015년 신동빈 회장이 사재 100억 원을 출연해 롯데문화재단을 설립했고, 이듬해인 2016년 클래식 전용 공연장 롯데콘서트홀을 개관했습니다. 당시에는 기업 메세나(문화예술 지원 활동) 성격이 강했습니다. 달라진 지점은 지금입니다. 이번 롯데 서머 클래식 콘서트는 신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세계그룹이 프리즈 서울의 공식 헤드라인 파트너로 참여하기까지 협의 전반을 정용진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순 후원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전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해야 고객을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공간에 오래 머물수록 식음료 매장과 쇼핑 등 연계 소비가 늘어납니다. 앞서 언급한 37분 대 4분 차이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올해 초 더현대 서울 고객 동선을 직접 분석해 얻은 수치입니다. 아트페어 후원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라는 목적도 함께 작동합니다. 프리즈 서울은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상위권 컬렉터와 갤러리가 모이는 행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이 이 행사의 헤드라인 파트너를 앞으로 5년간 유지하기로 한 건 단기 집객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포지셔닝에 가깝습니다.
롯데는 '공간의 사회 환원'이라는 논리를 앞세웁니다. 신 회장은 기획 당시 "롯데월드타워가 지닌 가치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무료 공연 형식도 이 맥락과 이어집니다. 신세계는 '머물고 싶은 일상 속 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정 회장의 경영 철학을 내세웁니다. 프리즈 서울 라운지에서는 프랑스 작가 폴 콕스의 '다이어리' 연작 336점이 세계 최초로 공개됩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 '알트원(ALT.1)'에서 뱅크시 전시를 동시에 진행하며, 상설 전시 공간을 이미 운영 중입니다.
이 흐름이 매끄럽게만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문화예술 콘텐츠 투자는 집객 효과가 즉시 매출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체류시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구매 전환율이 반드시 함께 오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가 "문화예술 생태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표현을 함께 쓴 것은 이 투자를 단기 수익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정도 반영합니다.
이번 여름 서울에서 무료 또는 저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 행사 두 가지가 있습니다. 롯데 서머 클래식 콘서트는 지난 23일 1회가 진행됐으며, 롯데는 이를 여름철 정례 행사로 이어갈 방침입니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은 다음 달 2일부터 코엑스에서 동시에 열립니다. 일반 관람 입장권은 유료이지만, 신세계 라운지 등 파트너 전용 공간은 별도 조건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의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는 현재도 무료로 운영 중입니다. 백화점이 37분을 공들여 만든 공간을 고객 입장에서 활용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