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싸움, 법원이 볼 핵심은 공시 하나다 올해 4월, 5411억 원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 특수목적법인으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돈을 빌려준 곳은 JB우리캐피탈·광주은행·전북은행·메리츠캐피탈·메리츠화재 등 다섯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시에 적힌 차입처는 메리츠증권 하나였습니다. 이 한 줄 차이가, 지금 법원 심문의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해온 베인캐피털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최 회장 측이 올해 4월 설립한 특수목적법인(피23파트너스)이 5411억 원을 빌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과 일가친척 등 13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이 대거 담보로 잡혔습니다. 실제 돈을 빌려준 대주단은 JB우리캐피탈·광주은행·전북은행·메리츠캐피탈·메리츠화재입니다. 그러나 최초 공시에 차입처로 명시된 곳은 자금을 단순 주선한 메리츠증권뿐이었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이 지분을 두고 1년 넘게 맞서온 싸움입니다. 최 회장은 직접 보유한 지분율이 낮아, 베인캐피털 등 다수 기업·투자사의 우군을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지켜왔습니다. 영풍·MBK는 이번 가처분을 통해 최 회장과 친인척 등 14인이 보유한 104만 545주, 지분율 약 5%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를 청구했습니다. 다음 달 9일 임시 주총이 예정된 상황에서, 5%의 의결권은 주요 안건 표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규모입니다.
자본시장법은 중요한 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나 누락이 있으면 해당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대주단 정보가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주식 담보 계약에서 근질권자는 채무불이행 등 사유가 발생하면 담보 주식의 소유권을 가져갈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즉, 근질권자가 최 회장에게 우호적인 기관인지 적대적인 기관인지에 따라 향후 경영권 분쟁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근질권자들은 담보권 실행에 따라 고려아연 지분 다수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며 "그 정보는 핵심 내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회장 측은 공시에 담보 제공 주식과 콜옵션 등 주요 사항을 모두 공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복수 금융기관이 같은 조건으로 자금을 융자하는 신디케이트론에서는 대주단을 대표하는 주선기관만 차입처로 명시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신디케이트론이란 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자금을 제공하되, 한 곳이 대표로 창구 역할을 맡는 대출 구조를 말합니다. 대주단의 면면은 담보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할 만한 중요 정보가 아니라는 주장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가는 경영권 분쟁 흐름에 따라 움직여왔다"며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경영권 분쟁 상황을 고려할 때 근질권자 정보 누락이 시장과 주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 측은 공시 누락이 아니라 관행적 기재 방식의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두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재판부의 판단이 임시 주총 전에 나올지가 변수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28일 영풍·MBK 측이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심문을 진행했습니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최 회장 측은 9월 9일 임시 주총에서 104만 545주(약 5%)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됩니다. 주총 전에 결정이 내려지는지, 대주단 정보가 공시 의무 대상 '중요 사항'으로 인정되는지가 이후 경영권 분쟁 판도를 가를 기준점이 됩니다. 5411억 원짜리 차입 공시에서 대주단 이름 하나가 빠졌느냐 빠지지 않았느냐, 그 판단이 곧 누가 고려아연을 갖느냐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 의결권 금지 가처분…“고의적 허위 공시” VS “중요 정보 아냐” [시그널]](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8/28/news-p.v1.20260828.ff435a7a1c624535ae816d2721fc0e18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