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대법관 제청을 돌려보냈다, 67년 만의 일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했습니다. 대통령은 받지 않았습니다.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는 대신, 다시 제청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이런 일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건 1958년 이승만 정부 시절입니다. 이번 결정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에 쌓인 이견이 표면으로 드러난 결과입니다.
이번에 제청된 대법관 후보는 두 명입니다. 이흥구 대법관 후임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청와대와 대법원이 협의를 거쳐 의견을 모았고, 청와대는 그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반려됐습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같은 절차에서 나온 두 제청이 다른 결과를 받은 것입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올해 1월 후보자를 추천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후 7개월 넘게 제청을 미뤘고, 이달 18일 손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했습니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임명권자인 이재명 대통령과 실질적인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아왔습니다. 강 수석대변인은 "그동안의 협의 관행은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한쪽의 의사만으로 대법원이 구성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청와대의 판단은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입니다.
이번 결정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재제청 요청 자체입니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합니다. 재제청 절차는 헌법이나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명권 자체가 실질적인 심사 재량을 내포하고 있어 재제청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결론을 법률 검토 이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청와대는, 제청 직전 법원행정처가 추천위 후보자들에게 개별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타진한 점도 문제로 지목했습니다. "정당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배제하는 방안을 타진한 것 자체가 인사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재제청은 없는 권한을 만들어 행사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판사는 "헌법 104조 2항은 사전 협의를 강제하지 않고 제청과 임명 절차를 각 기관의 고유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판사는 "대통령의 제청 반려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형해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협의 관행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관행이 헌법적 의무였는가는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입니다.
현재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하면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남습니다. 다만 윤 부장판사는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을 맡게 되면서 사실상 제청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청와대와 여당이 조 대법원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추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는 게 아니라, 기존 후보 가운데 대통령과 협의해 한 명을 다시 제청하라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 대법원장이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이번 재제청 요구가 향후 대법관 인선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는 전례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거부할 경우에는 추천위를 새로 구성해 처음부터 절차를 밟아야 하고, 행정부와 사법부의 전면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사이에 '협의 관행'이 있었는데, 그 관행을 헌법 조문이 뒷받침하는가를 두고 행정부와 사법부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조 대법원장의 공식 입장이 나오는 다음 주가 이 갈등의 범위와 방향을 결정할 분기점이 됩니다. 대통령이 제청을 돌려보냈습니다. 67년 만의 일입니다. 그 이후 어떤 절차가 헌법에 부합하는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해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