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목표주가 27% 낮아진 날, 삼성은 올랐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던 HBM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6세대 HBM인 HBM4의 양산 비중을 1분기 5%에서 2분기 35%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LS증권은 추산합니다. 같은 날 두 회사의 목표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단순한 실적 변화가 아닙니다. HBM 공급 구조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LS증권은 5월 31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0만원에서 45만원으로 12.5% 올리는 동시에,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3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90만원(약 27.3%) 내렸습니다. 두 조정이 같은 날 발표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HBM4 경쟁력 회복이 곧 SK하이닉스의 독점적 지위 약화로 이어진다는 판단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는 유지됐습니다.
HBM은 AI 학습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세대가 올라갈수록 쌓는 층수가 늘고 난이도도 높아집니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3E 양산 초기에 수율(정상 제품 비율) 문제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LS증권은 이번 6세대 HBM4에서는 같은 시점 대비 생산 안정성이 더 높아졌다고 평가합니다. 복합 수율이 추가로 개선된다면 HBM 판매 증가가 삼성전자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핵심은 내년 HBM 영업이익률 전망의 수정입니다. LS증권은 기존에 SK하이닉스의 내년 HBM 영업이익률이 약 8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산업 상황을 점검한 뒤 올해와 비슷한 약 60% 수준으로 전망을 낮췄습니다. 이익률 전망이 20%포인트 낮아지면서 내년 HBM 이익 추정치도 함께 조정됐고, 이것이 목표주가 27% 하락의 주된 원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LS증권이 80% 영업이익률을 단순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익률이 지나치게 높으면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자사 제품 가격을 추가로 올려야 합니다. 엔비디아가 약 75%의 매출총이익률을 유지하려면 메모리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빅테크의 서버 투자 예산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LS증권은 약 60%를 고객사와 메모리 업체, AI 투자 지속성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골디락스' 수준으로 표현했습니다.
LS증권 정우성 연구원은 이번 목표주가 하향을 HBM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HBM 출하 확대와 중장기 수요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조정의 핵심은 기존에 예상했던 '초과 수익성'이 실현될 가능성을 낮춰 잡은 것입니다. 정 연구원은 이를 "공급자 간 경쟁 구도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앞으로 SK하이닉스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는 HBM 시장 전체의 크기보다 차세대 HBM에서의 기술 우위와 주요 고객사 내 점유율 유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조정의 실질적 의미는 HBM 시장 자체의 위축이 아닙니다. 그동안 한 업체에 공급이 집중되면서 형성됐던 가격 프리미엄이 낮아질 수 있다는 구조 변화입니다. LS증권은 삼성전자 주가에 대해서도 경쟁력 회복 이후 2028년 주가순자산비율(PBR) 1.0~1.3배 범위를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HBM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앞으로 투자자들이 봐야 할 숫자는 시장 규모가 아니라 각 회사의 점유율 변화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