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멕시코와는 협정이 없다 — 한국의 CPTPP 빈자리 미국발 관세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 CPTPP 12개국 중 10개국과 이미 개별 무역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나라가 빠져 있습니다. 일본과 멕시코입니다. 정부가 CPTPP 가입 공론화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엔 재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공론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CPTPP는 2018년 12월 발효된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현재 일본·베트남·캐나다·멕시코·영국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박정성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1일 세미나 축사에서 "농축산어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3대 전략으로는 통상 네트워크 다변화, 개방형 복수국 협력 활용, 미래지향적 통상 규범 형성이 제시됐습니다.
한국은 수십 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운영 중입니다. 그러나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CPTPP 12개국 중 10개국과만 개별 협정을 맺고 있고, 일본·멕시코와는 협정이 없습니다. 협정이 있는 10개국과도 "협정별 규율 범위가 제각각"이라는 게 쇼트 위원의 지적입니다. 실질적인 교역 관계는 이미 존재하지만, 이를 하나의 틀로 묶는 제도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은 31일 세미나에서 "기업은 안정적인 시장과 신뢰할 만한 공급망, 예측 가능한 규범의 틀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CPTPP를 "선택지 중 하나"로 언급한 건 미·중 패권 경쟁으로 통상 환경이 불안정해진 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 쇼트 위원은 CPTPP 참여를 통해 핵심 광물과 기계류 등의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할 뿐 아니라 데이터·노동·환경 등 글로벌 신통상 규범 형성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CPTPP에는 제도적 한계도 있습니다. 데보라 엘름스 힌리히재단 무역정책총괄은 이날 "불투명한 가입 절차와 개별 심사 방식"을 한계로 지적했습니다. 기존 회원국이 신규 가입국을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구조여서, 가입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엘름스 총괄은 사무국 설치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류 회장도 "기회와 도전을 모두 고려한 균형 있는 논의와 철저한 준비가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엘름스 총괄은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보다 CPTPP나 미래 투자·무역 파트너십(FIT-P)처럼 이미 작동하는 협력 구조를 활용하는 '선택적 파트너십'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언했습니다. FIT-P는 기존 협정 틀 밖에서 투자·무역을 연결하는 복수국 협력 체계입니다. 쇼트 위원은 한국이 이미 교역 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들과 포괄적 규범을 만드는 것 자체가 실익이라는 입장입니다. 두 전문가 모두 CPTPP에 긍정적이지만, 접근 방식에서는 결이 다릅니다.
이번 공론화는 가입 결정이 아니라 논의 시작입니다. 정부는 농축산어업계 등 민감 업종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먼저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협정 가입 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업종 종사자라면,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044-203-4010)를 통해 공론화 일정과 참여 방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멕시코와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지, 그 논의가 이제 공식적으로 시작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