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량물을 나르는 배, 공급이 모자랍니다 조선소에서 만드는 배 한 척의 블록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LNG 플랜트를 짓는 모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거대한 화물을 바다 위에서 옮길 수 있는 선박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국내 최대 자항선 선사 동방은 그 수요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2026년 9월 2일,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와 디케이파트너스가 공동 운용하는 블라인드펀드가 동방이 발행한 전환사채(CB) 120억 원을 전량 인수했습니다. CB는 일정 조건이 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입니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 1.5%, 만기는 2031년 8월입니다. 주식 전환은 2027년 8월 말부터 청구할 수 있고, 발행사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도 확보했습니다. 전환가액은 2,213원으로, 전환 시 기발행 주식총수의 약 10.2%를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투자 당일 동방 주가는 1,787원, 시가총액은 857억 원이었습니다. 전환가액이 당일 종가보다 약 24% 높은 수준에서 설정됐습니다.
동방은 2006년 국내 최초로 자항선을 도입했습니다. 자항선은 바지선에 엔진을 달아 스스로 항해하며 초중량물을 운반하는 특수선박입니다. 현재 6척을 운영 중으로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선박운송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021년 114억 원에서 2025년 320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현금 창출력도 뚜렷합니다. 2013년 이후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4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누적 설비투자액 2,600억 원을 1,800억 원 웃돌았습니다.
해상운송 시장의 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조선 블록이 대형화되고 LNG 플랜트 건설에서 모듈 공법이 확산되면서 화물의 중량과 부피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실어 나를 대형 자항선 공급은 수요에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공급이 제한된 시장에서는 선복을 가진 쪽이 가격과 물량 배분을 주도합니다. 동방은 이미 이 구조 안에서 특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2위 EPC(설계·조달·시공) 기업 벡텔의 초대형 플랜트 모듈 발주 분야 우수협력사로 등록돼 있습니다. 초과 발주 물량을 자사 선박에 우선 배정하고 남는 물량을 타사에 재분배하는 이른바 '게이트 키퍼' 역할입니다. 선대를 늘리는 만큼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동방의 현금 창출력은 이미 입증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외부 자금을 끌어온 이유는 대형 자항선 도입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서입니다. 유치 자금 120억 원 전액을 설비투자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재편되는 시점에 선대를 빠르게 확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존 현금흐름만으로 투자 속도를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이커브와 디케이 입장에서도 현금창출력이 검증된 기업에 투자하면 원금 회수 부담이 줄어듭니다.
제이커브와 디케이가 선박 관련 기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디케이는 HSG성동조선에 CB 인수 방식으로 1,200억 원을 투자할 때도 같은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했습니다. 해당 펀드 규모는 600억 원이며, 이번 투자 후 미소진 자금은 약 200억 원이 남습니다. 미소진 자금이란 펀드에서 아직 집행되지 않은 투자 여력을 뜻합니다. 두 건 모두 조선·해운 업황 회복기에 맞춰 관련 산업에 집중 베팅하는 흐름입니다.
동방 CB의 전환가액은 2,213원입니다. 투자 당일 종가 1,787원보다 약 24% 높습니다. 제이커브가 주식 전환 이익을 실현하려면 동방 주가가 전환가액 이상으로 올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환 청구 가능 시점은 2027년 8월 말입니다. 그때까지 선대 확충이 실제로 이뤄지고 물량 소화가 늘었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입니다. 자항선 시장의 공급 부족이 해소되는 속도, 그리고 동방이 게이트 키퍼 지위를 얼마나 유지하는지가 이 투자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제이커브인베, 동방에 120억 투자…‘자항선’ 성장 겨냥 [시그널]](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901.c5e6506aa3144c428c8674ae1032125c_P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