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공장 지으면 관세 없다, 그렇지 않으면 낼 준비를 미국 상무장관이 직접 공언했습니다. "이곳에 건설하면 관세를 내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면 세계 최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관세를 낼 준비를 해야 한다." 2025년 1월 2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CNBC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이 발언은 즉흥적인 경고가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올해 1월부터 일부 반도체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이제 그 범위를 전 품목으로 넓히는 체계를 공식적으로 준비 중입니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체계를 준비 중"이라며 "모든 기업들이 관세가 적용될 것임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극히 일부 특정 상품에 한해 반도체 관세를 부과해 왔습니다. 이번 발언은 그 범위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입니다.
반도체 관세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1월부터 제한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향후 확대 가능성을 예고해 왔습니다. 지난달 27일에는 폴리티코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적용 대상 제품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틀 뒤 러트닉 장관이 직접 이를 사실상 확인한 셈입니다.
검토 중인 관세 체계는 단순한 세율 인상이 아닙니다. 국가별로 관세율과 수입 쿼터(특정 품목의 수입량에 상한선을 두는 조치)를 별도로 설정하고,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국가별 지침을 마련하는 방식입니다. 새 관세에 일정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핵심은 '투자 연계 면제'입니다. 러트닉 장관은 해외 기업이 미국 내 생산에 투자할 경우 관세를 면제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겠다는 목적은 분명하지만, 예상치 못한 충돌 지점이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AI 칩 공급난이 폭발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시점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면 AI 인프라 확장 속도를 오히려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관세로 인한 공급 차질은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인터뷰에서 러트닉 장관은 치솟는 미국 국채 금리에 대해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낙관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경제 성장률 회복과 재정 적자 감소가 궁극적으로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4.815%까지 올라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관세 정책이 수입 물가를 자극할 경우 금리 하락 기대는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반도체 관세 체계의 핵심 기준은 '미국 내 생산 시설 보유 여부'입니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은 관세 면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미국 내 투자를 이미 진행 중이거나 검토 중인 한국 기업들에게는 이 '투자 연계 면제' 조건이 핵심 변수가 됩니다. 구체적인 관세율과 적용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체계가 마련되면 단계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고된 상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