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방아쇠를 당겼다, 유가가 뛰고 유럽 국채가 흔들렸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5달러를 넘어선 2일(현지 시간), 유럽 주요국 국채금리는 일제히 10년 이상 만에 보지 못한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하루 전 미군이 뉴욕 증시가 열린 오후 12시에 이란을 공습했고, 처음으로 이란 유조선까지 타격했습니다. 같은 날 G20 재무장관들이 회의를 마쳤지만 뚜렷한 대응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태는 돌발 충격이 아닙니다. 이미 GDP를 넘어선 선진국 국가부채, 올해만 2,055조 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미국 기업들, 복지 삭감을 미루고 있는 프랑스 — 여기에 지정학적 불씨 하나가 더해진 결과입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1일 동부 시각 정오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이란 최고 지도자 직속 독립 군사조직)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민간 선박과 미군 장병을 공격한 데 따른 보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공습에는 두 가지 전례 없는 점이 있습니다. 미군은 그동안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뉴욕 증시가 마감된 오후 5시 이후에 공습을 단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증시가 열린 정오에 공격했습니다. 또한 유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제해온 이란 유조선 공격도 이번에 처음으로 실행됐습니다. 악시오스는 미군이 이란 정부 소유 유조선 2척을 공격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란은 즉각 보복에 나섰습니다.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적 작전이 시작됐다"고 전했고, 악시오스는 이란이 요르단 미군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같은 날 러시아가 극비리에 이란의 첨단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을 지원해왔다고 전했습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일 전일 대비 4.6% 오른 배럴당 94.65달러에 장을 마쳤고, 2일 장중에는 95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 (WTI) 선물은 같은 날 5.2% 급등해 배럴당 90.22달러로 마감했으며, 2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92달러 선까지 올랐습니다. 유가 상승은 금리 전망도 바꿨습니다. 미 선물 시장에서 집계된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68%까지 올라갔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도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압박을 받습니다. 유럽 국채금리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프랑스 10년물은 4.206%로 2008년 11월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국 10년물은 5.219%로 2008년 6월 이후, 독일 10년물은 3.341%로 2011년 4월 이후 15년 만에 각각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습니다.
국채금리는 단순한 정부 조달 비용이 아닙니다. 회사채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책정됩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기업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그 비용은 투자 축소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올해 이미 1조 5,000억 달러(약 2,055조 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상태입니다. 시중금리가 더 오를 경우 이 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곧바로 커집니다. 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고, 소비 여력은 줄어듭니다.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 국가부채는 이미 각국 GDP를 넘어선 상태라 국채금리 상승은 정부 이자 부담도 함께 키웁니다.
1일 미국이 의장국으로 주재한 G20 재무장관 회의가 끝났습니다. 재정적자· 인플레이션·지정학적 긴장이 동시에 고조되는 시점이었지만, 회의는 중국의 과도한 수출로 인한 무역 불균형을 지적하는 데 그쳤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재정적자,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혼란이 종식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과거에는 각국 중앙은행 등 공식 기관들이 시장 안정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수익률과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헤지펀드 등 민간 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장 변동폭이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올해 재정적자가 GDP의 5.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복지지출 삭감을 단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음 공격이 가해지면 이란은 국가로서 완전히 전멸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동시에 백악관으로 석유 업계 경영진을 불러 휘발유 가격을 인하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유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릴 경우 11월 중간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지점도 여기 있습니다. 지정학적 충격이 유가를 올리고, 유가 상승이 금리 인상 기대를 높이고, 높아진 금리가 기업·가계 부담을 키우는 연쇄 고리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헤지펀드 등 민간 투자자 비중이 커진 시장에서는 이 고리가 과거보다 빠르고 크게 움직입니다.
주담대나 회사채 등 변동금리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기준금리 변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 선물 시장에서 집계된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이미 68%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 홈페이지(bok.or.kr)에서 일정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정오의 공습 한 번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국채금리 18년 만의 최고치, 유가 90달러 돌파, G20의 침묵 — 이 세 가지가 같은 날 겹쳤다는 사실이 더 주목할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