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를 가장 많이 산 건 중국도 일본도 아니었습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4.81%까지 올랐습니다. 2025년 7월 2일 아시아 채권시장 기준으로 약 3년 만의 최고치입니다. 같은 날 일본 10년물은 30년 만에, 호주 10년물은 1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이번 금리 급등은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닙니다. 미 국채를 누가 사고 있는지, 그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2025년 6월 기준 미 재무부 통계를 보면, 영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9,399억 달러입니다. 일본(1조 1,167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영국은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습니다. 런던을 경유하는 헤지펀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표적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의 미 국채 보유액도 4,342억 달러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데, 이 역시 같은 배경이라는 분석입니다.
헤지펀드의 미 국채 관여는 최근 2년 새 급격히 커졌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필립 모닌 수석 이코노미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대형 헤지펀드의 미 국채 총 익스포저(롱·숏 포지션을 합산한 전체 위험 노출액)는 약 4조 달러로 추산됩니다. 2023년 이후 두 배 늘어난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국채를 매수하는 롱 포지션만 2조 4,000억 달러로, 미 국채 전체 발행 잔액의 8.5%에 해당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두고 "헤지펀드가 중국이나 일본보다, 그리고 미국 뮤추얼펀드 업계나 전체 은행업계보다도 많은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과거 미 국채시장에는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기관 같은 공식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요를 제공했습니다. 이들은 금리 변동에 덜 민감하고 장기 보유 성향이 강해 시장의 완충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 완충 기능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헤지펀드는 미국의 재정적자·부채 상환 부담을 위험 요인으로 판단할 경우,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요구하는 금리가 높아지면 미국의 차입 비용과 재정 부담도 함께 올라갑니다. 로이터통신은 "수익률에 민감한 민간 투자자들이 공식 투자자를 일부 대체하면서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헤지펀드가 미 국채를 많이 사고 있다는 것이 곧 시장 안정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4조 달러 익스포저 가운데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숏 포지션은 1조 6,000억 달러입니다. 전체 익스포저의 40%가 '금리가 더 오른다'는 방향에 걸려 있는 셈입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이 포지션이 증폭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차루 차나나 삭소뱅크 최고투자전략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채권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위험과 재정 악화, 그리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막대한 국채 물량을 감안해 점차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간 프리미엄이란 단기 국채 대신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말합니다. 기간 프리미엄이 올라가면 장기 금리가 오르고, 이는 기업 대출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미 10년물 금리 5% 선이 기준점입니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5%에 육박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4.81%는 그 선까지 0.19%포인트 남은 수준입니다. 미 국채금리 상승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채권금리와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금리 방향은 국내 대출금리 변동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활용됩니다. 7월 2일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4.81%까지 치솟은 그 수치가, 미 국채시장의 수요 구조가 바뀐 결과라는 점을 이번에 확인한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