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이 상품 진열대를 치우는 이유]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이제 온라인에서 산다. 2025년 7월 기준 전체 유통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60.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물건을 '싸고 편하게' 사는 경쟁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이기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그러자 매장들이 다른 것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 경험입니다.
2025년 6월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1층 '포켓몬 무릉도원' 팝업스토어 앞. 대기 팀 수 1,172팀, 예상 대기시간 255분이라는 문구가 키오스크에 떴습니다. 인파가 몰리자 다른 사람이 대신 대기를 신청하는 사례까지 생겨, 현장에 대리 등록 금지 안내가 붙었습니다. 포켓몬 관련 인형과 카드는 인터넷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캐릭터 앞에서 사진을 찍고, 팬덤의 일부가 되는 현장 감각은 온라인 장바구니에 없습니다. 이 팝업은 전시·체험·판매를 하나의 동선으로 묶어, 관람이 끝나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팝업스토어만의 흐름이 아닙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월계점을 '스타필드 마켓 월계점'으로 재단장하면서, 기존 매출 1위를 기록하던 핵심 공간의 매대를 걷어내고 고객 휴게 공간을 들였습니다. 판매 면적을 줄이는 것은 단기 매출 감소를 감수하는 결정입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장의 판매 면적을 줄이더라도 고객의 체류시간과 재방문을 늘려 점포 전체의 집객력과 연계 매출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식음료(F&B, 식음료 매장)와 연계 상품 구매 가능성도 커진다는 판단입니다.
경쟁 구도가 바뀐 것이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산업통상부 '2025년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 비중은 60.8%로 역대 최고치입니다. 가격과 편의성을 기준으로 하면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보다 우위를 갖기 어렵습니다. 결국 오프라인 공간이 소비자에게 '직접 와야 할 이유'를 만들지 못하면, 방문 동기 자체가 사라집니다. 유통업체들이 '얼마나 많은 상품을 진열하는가'에서 '고객에게 어떤 체험을 선사하는가'로 경쟁 기준을 옮기는 것은 이 구조적 압박에 대한 대응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경험을 강조하는 것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그런데 실제로 매출 1위 공간의 매대를 걷어내는 실행은 그동안 드물었습니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60%를 넘어서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집객 자체가 어렵다는 판단이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보입니다. 체류시간과 재방문율이 연계 매출을 실제로 끌어올린다는 근거가 쌓일수록, 판매 면적 축소라는 단기 손실을 감수하는 결정이 이전보다 쉬워졌습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AI 시대의 쇼핑: 새로운 시대에 맞춰 매장을 재정의하다' 보고서에서 이 흐름이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더 빨라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맥킨지는 "AI가 일상적인 구매와 상품 탐색을 대신하면서 매장 방문 횟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한 번의 방문이 갖는 가치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며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을 하기 위해 매장을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AI가 '무엇을 살지'를 대신 결정해줄수록,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 가는 이유는 상품 구매가 아닌 경험 자체가 됩니다. 이 전망대로라면, 체험 공간에 투자하는 유통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사이의 집객 격차는 지금보다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 때, 단순히 상품을 사러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험을 하러 가는지가 선택 기준이 됐습니다. 팝업스토어나 체험형 공간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현장 대기 등록 시스템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롯데월드몰 '포켓몬 무릉도원'처럼 현장에서만 등록이 가능한 경우, 도착 직후 바로 번호를 뽑고 인근을 둘러보는 방식이 대기 시간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잠실 롯데월드몰 키오스크 화면에 '대기 1172팀, 예상 대기시간 255분'이 떴을 때, 그 줄에 선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공간에 있고 싶어서 간 것입니다. 유통업체들이 팔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감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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