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났는데 금값이 내렸다, 왜 그럴까 미국과 이란이 다시 충돌했다. 탄도미사일과 드론이 오갔고, 국제유가는 5% 안팎 급등했다. 보통이라면 안전자산인 금으로 돈이 몰려야 한다. 그런데 10월 2일, 국내 금 가격은 하루 만에 2.79% 떨어졌다. 지정학적 위기에 금이 하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3년 10월 2일, 국내 금(99.99, 1kg 기준) 가격은 1g당 19만 81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9월 25일에 기록한 1g당 20만 8,300원과 비교하면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8% 이상 하락한 것입니다. 9월 5일(19만 800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합니다.
9월까지만 해도 금값은 꾸준히 상승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보합에 머물렀습니다. 물가가 안정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어집니다. 금은 이자가 붙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우려가 줄어들수록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커집니다. 이 흐름 덕분에 금값은 9월 25일 고점까지 올라섰습니다.
미·이란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 전반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집니다. 이 우려가 채권 시장으로 번졌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아시아 장중에 4.8%를 넘어섰고, 일본 10년물 금리도 3%를 돌파했습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 입장에서 안전하면서도 이자까지 주는 채권이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금은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자산이 됩니다. 여기에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도 99.724까지 올라 100선에 근접했습니다. 달러가 강해지면 달러로 거래되는 금의 가격은 더 내려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 금이 오른다는 통념은 조건부입니다. 지정학적 위기가 금리·달러 변수보다 더 크게 작용할 때만 성립합니다. 이번에는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앞당겼고, 그 결과 금리와 달러가 동시에 뛰었습니다. 안전자산 수요와 금리·달러 압력이 맞붙은 상황에서 후자가 이겼습니다. 금리 인상 확률도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연준 금리 결정 확률을 추정하는 도구) 기준, 9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릴 확률은 68%까지 상승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재차 자극하며 주요국 국채 금리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9월 FOMC 금리 인상 확률도 68%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옥지희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유가와 달러인덱스, 미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자 귀금속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고 말했습니다. 두 분석 모두 금 하락의 원인으로 유가→금리·달러 연결고리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금값이 움직이는 방향을 볼 때는 지정학 뉴스만 보면 충분하지 않습니다. 유가·국채 금리·달러인덱스 세 가지가 어느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사례처럼 세 지표가 동시에 오르면 금에는 이중·삼중의 하방 압력이 됩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미국 재무부 홈페이지(home.treasury.gov)에서, 달러인덱스와 WTI 유가는 금융 데이터 서비스(블룸버그, 인베스팅닷컴 등)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쟁 뉴스가 터졌을 때 금값이 오를 거라고 예상하고 진입했다가 손실을 입는 사례는 반복됩니다. 10월 초의 금 시장이 그 구조를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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