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 6월부터 국내 주식·채권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기금운용본부 소재지인 전주에 업무 거점을 둔 운용사에 가점을 주고 있습니다. 위탁운용은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을 외부 운용사에 맡기고, 운용사는 심사를 거쳐 자금을 배분받는 방식입니다. 국민연금이 공개한 선정 기준을 보면 국내 주식·채권은 제안서 심사에 1점이 별도로 붙습니다. 이후 국내 인프라와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같은 항목이 도입돼, 일괄심사와 건별심사 모두에 1점이 부여됩니다.
국민연금의 올 6월 말 기준 금융 부문 위탁운용 규모는 972조 4,000억 원입니다. 같은 시점 직접운용액 895조 3,000억 원보다 큽니다. 위탁 심사에서는 운용 성과와 인력, 투자전략이 비슷한 회사끼리 근소한 점수 차로 순위가 갈릴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 1점을 자금 유치 여부를 가르는 변수로 보는 이유입니다.
제도가 바뀐 뒤 전주 진출의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초기에는 부동산·대체투자 회사가 중심이었지만, 국내 주식·채권 가점이 도입된 뒤에는 전통 자산을 주력으로 하는 종합운용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후발 주자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과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국민연금에서 도보 5분 거리 빌딩에 사무실을 확보하고 내부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초대형사도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빠르게 늘어난 사무실을 채울 사람입니다. 상당수는 사무실만 먼저 열어두는 연락사무소 형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전주에 상주하는 한 운용사 사무소장은 "개소는 했지만 현지 직원을 뽑는 데 어려움이 많아 서울 직원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 내려오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다"며 "가점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요건을 갖추는 데 우선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행정 절차 때문에 실질적인 거점 근무 준비가 미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금과 인력에 여력이 있는 대형 금융그룹 계열사는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올해 신한·우리·KB 등은 운용사 개별 사무소를 넘어 은행·증권 계열사가 함께 참여하는 그룹 차원의 전북 금융 거점을 구축했습니다. 우리자산운용은 초대 소장을 포함해 네 명이 전주에 근무하고, 한화자산운용도 세 명의 상주 인력을 배치했습니다. 반면 지주 차원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회사는 인력 확보 자체가 부담입니다. 운용·리서치 조직과 증권사 등 시장 참여자가 서울에 몰려 있고, 직원들의 생활 기반도 수도권에 형성돼 있습니다. 현지에서 관련 경력을 갖춘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인력 풀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민연금은 올 들어 금융회사의 물리적 이전을 넘어선 '집적 효과'를 금융 도시 구축의 핵심으로 강조해왔습니다. 집적 효과란 기관과 인력, 정보가 한 지역에 모이면서 경쟁력이 커지는 것을 말합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3일 전주에서 열린 지니포럼에서 "사람과 정보가 모이는 금융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혁신이 촉진되고 경쟁력이 커진다"고 언급했습니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은 공개돼 있어, 가점이 어떤 자산군의 어느 심사 단계에 적용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달 3일 문이 잠겨 있던 사무실들이 상주 체제로 바뀌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