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재고는 10일 미만까지 낮아진 상황입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의 말입니다. 반도체 재고가 줄었다는 이야기는 보통 업황이 좋아진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팔 물건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7일 KB증권은 내년 메모리 시장에 대해 "역사상 가장 타이트한 공급 환경이 전개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근거로 제시된 것이 재고 일수입니다. 2024년 3분기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재고는 10일 미만입니다. 김 본부장은 "단순한 수요 회복 국면을 넘어 공급 가능한 물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에는 실제 판매 가능한 메모리 물량의 고갈 가능성까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수요가 늘어난다는 예측이 아니라, 주문을 받아도 내보낼 물량이 없을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배경에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AI 투자가 있습니다. KB증권에 따르면 이들의 내년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60% 증가한 1조 3000억 달러(약 1751조 1000억 원)로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AI 서비스,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토큰 과금,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모델 호스팅이 직접적인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KB증권의 설명입니다. 투자 규모보다 눈에 띄는 것은 구성비입니다. AI 인프라 투자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14%에서 올해 40%, 내년 57%로 확대될 것으로 KB증권은 예상했습니다. 2년 만에 약 4배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같은 시점의 메모리 비중을 이보다 높은 68%로 보고 있습니다. 기관에 따라 수치는 갈리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공급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남습니다. 여기서 걸리는 것이 생산 라인 구조입니다. HBM은 AI 서버용 반도체에 여러 층으로 쌓아 붙이는 고성능 D램인데, 같은 물량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웨이퍼가 일반 D램보다 훨씬 많습니다. 김 본부장은 "HBM4가 범용 D램 대비 웨이퍼 생산능력을 3배 차지한다"며 "HBM4 생산을 늘릴수록 범용 D램에 배정할 생산 여력이 줄어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차세대 제품을 늘리는 선택이 곧 일반 제품 공급을 줄이는 선택이 되는 구조입니다. 설비를 새로 짓지 않는 한, 한쪽을 늘리면 다른 쪽이 빠집니다.
AI 반도체 공급난은 그동안 HBM 이야기로 좁혀져 왔습니다. 이번 전망은 범위가 다릅니다. AI 서버 투자가 HBM뿐 아니라 서버용 DDR5, 그리고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저장장치인 기업용 SSD 수요까지 함께 끌어올리고 있어서입니다. D램과 낸드 전반에 부담이 걸립니다. KB증권은 내년 D램과 낸드의 비트 기준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을 10%포인트 이상 웃돌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면 부족은 한 해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망은 이런데 주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3개월간 고점 대비 38% 하락했습니다. 그 결과 내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3배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이익 대비 주가가 낮게 매겨진 상태를 뜻합니다. 김 본부장은 "향후 3년간 역대 최대 실적 경신과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 지속이 예상된다"며 "극단적 저평가에서 강력한 재평가 시작이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는 KB증권 한 곳의 전망이며, 실적과 주가는 별개로 움직여 왔다는 점이 지난 3개월간의 기록입니다.
메모리 업황을 볼 때 확인할 지표는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재고 일수, 수요 증가율과 공급 증가율의 차이, 그리고 AI 인프라 투자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이번 전망은 이 세 숫자를 근거로 만들어졌습니다. 같은 항목을 두고도 기관별 수치는 갈립니다. 내년 메모리 비중을 KB증권은 57%로, 트렌드포스는 68%로 봤습니다. 전망치를 볼 때 어느 기관이 낸 숫자인지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재고가 열흘 치도 남지 않았다는 것은 집계된 사실이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아직 전망입니다.
![삼전닉스 메모리 재고 ‘10일 미만’…“내년 역대급 공급난 온다”[줍줍리포트]](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7e37487d9b794d0cb69b84b2c71ddf28_P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