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올린 몸값, 자동차는 내려갔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 성장을 점점 더 주도하고 있다." 영국의 브랜드 평가 컨설팅업체 브랜드 파이낸스가 한국 기업 순위를 발표하며 붙인 평가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브랜드 가치는 나란히 올랐습니다. 같은 표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특정 기업의 부진이 아니라, 업종별로 갈린 결과였습니다.
6일(현지시간) 브랜드 파이낸스가 발표한 '2026년 한국의 150대 브랜드'에 따르면, 금액이 공개된 국내 상위 10개 브랜드의 가치는 총 1,967억 70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우리 돈 약 272조 원 규모입니다. 지난해보다 110억 9,900만 달러, 약 15조 원(약 6%) 늘었습니다. 1위는 삼성전자였습니다. 브랜드 가치는 974억 1,500만 달러(약 135조 원)로, 지난해 894억 2,700만 달러에서 8.9% 증가했습니다. 상위 10개 브랜드 전체 가치의 절반가량을 삼성전자 한 곳이 차지한 셈입니다.
증가 속도로 보면 1위보다 3위가 앞섰습니다. SK하이닉스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15.2% 늘어난 157억 6,000만 달러로 평가되며 국내 3위에 올랐습니다. 삼성전자의 증가율(8.9%)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순위표 바깥으로 시선을 넓히면 이동 폭이 더 큰 곳들이 보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20위에서 올해 15위로, 메리츠금융그룹은 70위에서 55위로 올라섰습니다. 방산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7위에서 23위로, 현대로템이 94위에서 66위로, 한화시스템이 106위에서 71위로 각각 순위를 끌어올렸습니다.
브랜드 파이낸스는 전 세계 6,000여 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재무적 성과와 소비자 인식,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해 브랜드 가치를 산정합니다. 매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그 회사의 앞날을 어떻게 보는지도 함께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반도체 두 곳의 상승 배경으로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꼽혔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 즉 AI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와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두 회사가 잇달아 호실적을 거둔 영향입니다. 브랜드 파이낸스는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강한 실적 기대가 투자자 신뢰와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같은 표에서 자동차는 반대로 갔습니다. 국내 2위인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248억 2,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6.1% 감소했습니다. 4위 기아도 104억 1,300만 달러로 10.5% 줄었습니다. 브랜드 파이낸스는 높은 금리와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 미국의 관세 압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5위 LG전자의 브랜드 가치도 96억 700만 달러로 전년보다 8.9% 감소했습니다. 일부 가전 수요 둔화와, 미래 수익 확보를 위한 브랜드 재정비 필요성이 부담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국내 대표 제조 브랜드들이 나란히 뒷걸음질친 결과입니다.
증가율 1위는 금융이었습니다. 신한금융그룹은 87억 5,000만 달러로 39.2% 뛰었고, KB금융그룹은 13.7% 늘어난 83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쿠팡은 87억 9,000만 달러로 10% 증가했습니다. 이어 현대모비스가 66억 달러(5.1% 증가), 삼성물산이 62억 5,000만 달러(3.3% 증가)로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전체 규모도 커졌습니다. 올해 국내 150대 브랜드의 전체 가치는 약 3,57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48억 달러(4.3%) 증가했습니다. 브랜드 파이낸스는 혁신과 첨단 제조, 수출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래 글로벌 경제를 이끌 산업에서 한국 브랜드의 경쟁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순위는 주가나 기업의 자산 규모가 아닙니다. 재무 성과와 소비자 인식, 지속가능성을 함께 넣어 산정한 브랜드 가치 평가액이고, 발표 주체는 브랜드 파이낸스라는 민간 컨설팅업체입니다. 숫자 하나를 기업의 성적표로 읽기보다, 어떤 업종이 올라오고 어떤 업종이 밀렸는지 방향을 읽는 자료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리드로 돌아가 보면, 이번 표에서 오른 쪽은 반도체와 금융, 방산이었고 내려간 쪽은 자동차와 가전이었습니다. 같은 나라, 같은 해에 매겨진 몸값이 업종에 따라 이렇게 갈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