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외환시장 거래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34.7원까지 내려갔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보다 낮았던 때를 찾으려면 2024년 10월 4일(1,331.3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약 10개월 만입니다. 장 초반부터 달러를 팔겠다는 주문이 한쪽으로 몰렸고, 그 흐름이 하루 내림세를 이끌었습니다.
올해 6월 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았습니다. 8월 7일 1,334.7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220원 넘게 떨어진 것입니다. 하락은 단계적으로 진행됐습니다. 1,400원 선이 뚫린 뒤 1,390원대, 1,380원대가 차례로 무너졌습니다. 같은 기간 시장이 대비하던 위험의 방향도 원화 약세에서 원화 강세로 바뀌었습니다.
배경은 세 가지가 겹쳤습니다. 우선 엔화입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155엔대까지 내려왔고, 엔화 강세가 원화 강세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 호조로 달러가 들어왔고, 수출기업들이 쌓아둔 달러를 원화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음이 심리입니다.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달러 매도를 불렀습니다. 매도가 환율을 낮추고, 낮아진 환율이 또 매도를 부르는 이른바 '도미노 매도'입니다. 하락 요인이 스스로를 키우는 구조였습니다.
이 흐름에 제동을 건 쪽은 국민연금이었습니다. 환율이 1,500원대였던 당시 국민연금은 원화 약세에 대응해 전략적 환 헤지를 확대하며 달러를 팔았습니다. 전략적 환 헤지는 해외 자산의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려고 달러를 미리 파는 운용 방식이고, 최대 비율은 해외 자산의 15%로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은 반대입니다. 헤지 확대를 멈춘 데 이어 일부 달러 재매수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외환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오늘 환율이 1334원대까지 많이 내려간 만큼 국민연금이 일부 매수를 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 매수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연금은 6월 말 기준 약 770조 원의 해외 주식·채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대 비율 15%를 적용하면 이론적으로 약 115조 원까지 환 헤지가 가능합니다. 다만 헤지 비율을 낮춘다고 115조 원의 달러 매수가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달러 매도 물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핵심입니다. 환 헤지는 통상 6개월 또는 12개월 만기로 운용되므로 조정도 점진적입니다. 씨티는 환율이 1,390원 이하에서 안정되면 헤지 비율 상향이 중단될 수 있고, 기존 헤지도 외환스와프 만기가 돌아오며 서서히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민연금은 방향을 바꾸는 카드가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 브레이크에 가깝습니다. 위재현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화 강세가 단순한 달러 약세를 넘어 아시아 통화 가운데서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엔화 강세와 국내 수급이 함께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국민연금 매수는 환율 상단을 높이는 요인보다는 최근 하락 쏠림을 완화하는 요인"이며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달러 공급이 우세해 중장기적으로 환율은 하락 방향" 이라고 말했습니다. 7일 개장 직후의 매도 주문은 하루치 사건이 아니라, 두 달간 쌓인 수급의 결과였습니다. 환율이 1,330원대에서 잠시 멈춰 선 이유를 볼 때는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아니라 그 뒤의 수급을 함께 봐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