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버텼는데 읽기만 14점 떨어졌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문자로 구성된 길고 복잡한 글 자체가 낯선 환경이 되고 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교육부가 8일 공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의 읽기 점수는 501점이었습니다. 3년 전보다 14점 낮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수학과 과학 점수는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떨어진 것은 읽기였습니다.
교육부가 8일 공개한 자료는 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5' 결과입니다. PISA는 OECD가 만 15세 학생의 읽기·수학·과학 능력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평가로, 통상 3년 주기로 실시됩니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읽기 평균 점수는 501점이었습니다. 직전 조사인 2022년의 515점보다 14점 낮은 수치입니다. 세 영역 가운데 점수가 가장 많이 내려간 곳이 읽기였습니다.
읽기 점수는 그전까지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2015년 조사에서 517점, 2018년 조사에서 514점, 2022년 조사에서 515점이었습니다. 10년 가까이 3점 안쪽에서 오르내린 셈입니다. 그 흐름 위에 2025년의 501점이 놓입니다. 한 번의 조사에서 14점이 빠진 것이 눈에 띄는 이유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OECD 회원국 학생의 읽기 평균 점수는 2022년 476점에서 2025년 461점으로 낮아졌습니다. 문해력 하락이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읽기 점수가 가장 높은 곳은 싱가포르(535점)였고, 베이징·상하이·장쑤성·저장성 4개 지역 학생만 참여한 중국이 527점으로 2위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만(508점), 일본(503점)에 이어 5위였습니다. 순위는 상위권이지만, 점수 자체는 내려갔습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 보급 확산과 이용률 확대를 배경으로 봅니다. 조상식 교수는 디지털 환경에서 문자로 구성된 길고 복잡한 글 자체가 낯선 환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짧은 영상 시청이 늘어난 것도 읽기 능력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조 교수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교육을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책 읽기, 독해, 요약 같은 전통적인 읽기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읽기와 달리 나머지 두 영역은 예년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의 과학 평균 점수는 526점으로 OECD 회원국 기준 7위, 수학은 522점으로 세계 6위였습니다. 다만 2022년 조사와 비교하면 과학은 2점, 수학은 5점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 평균은 과학 3점, 수학 9점 떨어져 하락 폭이 우리나라보다 컸습니다. 읽기에서 벌어진 14점의 간극이 유독 커 보이는 이유입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쇼츠처럼 짧고 시각화된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긴 글의 논리적 전개를 따라가는 능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해법의 방향은 다르게 제시했습니다. 디지털 도구의 활용을 막기보다, 정제된 긴 글을 읽고 메시지와 논리를 파악한 뒤 스스로 개념과 관점을 형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두 전문가 모두 디지털 교육의 축소가 아니라 읽기 교육의 병행을 말했습니다.
이번 결과에서 확인된 것은 '학력 전반의 하락'이 아니라 읽기 영역의 하락입니다. 수학과 과학 점수는 2022년 대비 2~5점 움직였지만, 읽기는 14점 내려갔습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은 대응은 하나입니다. 정제된 긴 글을 끝까지 읽고 논리와 메시지를 파악하는 연습입니다. 긴 글이 낯선 환경이 되고 있다는 조상식 교수의 진단은, 그 낯섦을 줄이는 쪽에 방법이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