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보다 8.2개월 더 살았다 30.8개월과 22.6개월.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공개된 두 숫자입니다. 앞은 중국 아케소가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이보네시맙'을 투여한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 뒤는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기준 약물로 꼽히는 MSD '키트루다'를 투여한 환자의 생존 기간입니다. 차이는 8.2개월입니다. 두 약을 1대1로 맞붙인 임상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저우 차이춘 상하이 제동병원 교수는 이날 세계폐암학회에서 'HARMONi-2'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보네시맙과 키트루다를 1대1로 비교한 시험입니다. 이보네시맙 단독요법군의 사망 위험은 키트루다군보다 27% 낮았습니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30.8개월로 키트루다군 22.6개월보다 8.2개월 길었습니다. 사망 위험비는 0.73, 우연히 이런 차이가 났을 확률을 뜻하는 P값은 0.009였습니다. 통계적 유의성도 확보한 수치입니다.
다만 이번 임상은 중국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인종과 진료 환경이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 답을 내놓을 시험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미국 서밋테라퓨틱스가 수행하는 글로벌 비교 임상 'HARMONi-7'입니다. 결과는 이르면 2028년에 나올 전망입니다. 즉 지금 나온 숫자는 출발점이고, 판단이 갈리는 시점은 2년 뒤입니다.
이보네시맙은 이중항체입니다. 서로 다른 두 표적을 한 번에 겨냥하도록 설계된 항체를 말합니다. 겨냥하는 대상은 면역관문 단백질 PD-1과 혈관내피성장인자 VEGF입니다. 키트루다는 PD-1만 차단합니다. PD-1을 막으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기 쉬워집니다. 이보네시맙은 여기에 VEGF 차단을 더했습니다. 종양이 만들어내는 혈관 신호까지 끊어 면역세포가 종양 안으로 들어가는 비율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표적을 하나 더 붙여 침투력을 확보한 구조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보네시맙이 곧바로 키트루다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적응증 격차입니다. 키트루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암종에 대한 사용 허가를 쌓아왔습니다. 이를 따라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둘째, VEGF를 건드리는 기전 자체가 쓸 수 있는 환자를 제한합니다. 폐암 1차 치료 성적이 좋아도 적용 범위가 그만큼 좁아진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PD-1과 VEGF를 함께 겨냥하는 이중항체가 기존 PD-1 항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에는 무게가 실립니다. 움직임이 그 방향을 보여줍니다. 키트루다를 보유한 MSD를 포함해 화이자, BMS, 애브비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도 관련 이중항체 개발에 나선 상태입니다. 시장을 지키는 쪽과 뺏으려는 쪽이 같은 기술을 준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간 삼중항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PD-1·VEGF·IL-2 변이체를 동시에 표적하는 'AR170'의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 임상시험계획서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상장한 인제니아는 PD-1·VEGF에 Tie2 활성화 항체를 결합한 'IGT-532'의 내년 임상 착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국내 바이오텍 머스트바이오로부터 같은 세 표적을 겨냥하는 후보물질을 도입했습니다. 세 곳 모두 아직 사람 대상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 단계입니다.
이번 발표는 '결론'이 아니라 '조건이 붙은 결과'입니다. 확인할 날짜는 두 개입니다. 하나는 내년, 국내 기업들의 임상시험계획서 제출과 임상 착수가 실제로 이뤄지는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2028년, 글로벌 임상 HARMONi-7에서도 8.2개월의 격차가 재현되는지입니다. 30.8개월과 22.6개월의 차이는 중국 환자 데이터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이 숫자가 다른 지역에서도 유지되는지가 다음 2년의 관전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