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아줘도 다주택자 91%가 집을 안 내놓는다고? 🧮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가구 100곳 중 91곳이, 양도세를 깎아준다는데도 집을 팔지 않는 쪽이 유리하다고 계산했습니다. 조건은 하나였습니다. 앞으로 집값이 최근 서울 아파트처럼 연 8.2%씩 오른다고 기대하는 경우입니다. 한국은행이 9월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담긴 추정입니다. 세금을 얼마나 깎아주느냐보다, 집값이 얼마나 오를 거라 믿느냐가 매물의 크기를 정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의 추정은 세 갈래입니다. 향후 5년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1.1%(2025년 이후 전국 아파트 기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면,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기간인 2027년 중 집을 팔 유인이 있는 다주택 가구는 30.4%였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기준인 3.5%를 기대하면 19.8%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최근 서울 아파트 상승률인 8.2%를 기대하는 경우, 이 비중은 8.9%까지 떨어졌습니다. 나머지 91.1%는 세금 혜택이 있어도 계속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세금 쪽 흐름은 이렇습니다. 정부는 올해 5월 10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재개했습니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를 더 얹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석 달 만에 다시 완화됐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세제개편안에서,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은 2027~2028년 중과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올해 5월 10일 이후 이미 중과세율로 양도한 몫에도 완화된 세율을 소급 적용합니다.
다주택 가구의 계산에는 두 가지가 같이 들어갑니다. 팔 때 한 번 내는 세금, 그리고 계속 갖고 있을 때 쌓일 것으로 기대하는 가격 상승분입니다. 한국은행 분석에서 매도 유인이 있는 가구 비중이 기대 상승률에 따라 30.4%에서 8.9%까지 갈린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대 상승률이 세제 혜택보다 커지는 지점부터는, 세율을 낮춰줘도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집값 상승 기대를 잡지 못하면 세금 카드만으로 매물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입니다.
8·13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과세 강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서울 강남 등 고가주택에서는 매도물량이 늘고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거나 하락하는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 지역은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대책 발표 후 6주 경과 시점으로 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 가구로 과거 대책 발표 후 평균인 7만 가구와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0.16%로 과거 평균 0.10%를 소폭 웃돌았습니다.
가계대출은 올 상반기 빠르게 늘다가, 8월 들어 금융기관의 대출취급 규모가 총량한도에 다다르면서 증가세가 둔화됐습니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서울 외곽 및 경기 일부 지역에서 중·저가 주택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고 집값 상승 기대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계대출 총량목표가 1.5%에서 3.0%로 상향 조정된 점을 들어, "주택관련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총량목표는 금융기관이 한 해 늘릴 수 있는 대출 증가율의 상한선입니다.
양도세 완화가 실제로 적용되는 구간은 2027~2028년이고, 대상은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입니다. 올해 5월 10일 이후 중과세율로 이미 양도한 경우에는 완화된 세율이 소급 적용됩니다. 자신이 소급 대상인지, 보유 기간 요건을 채웠는지는 관할 세무서나 국세상담센터(126)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물이 실제로 늘어날지 보려면, 세율 발표보다 집값 기대 상승률 쪽을 보는 편이 빠릅니다. 기대 상승률이 8.2%에 머무는 동안에는, 세금을 깎아줘도 100곳 중 91곳은 그대로 쥐고 있는 쪽을 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