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부채비율 812%, 회계 처리 하나로 140%가 됐다고요? 🧾 한 회사의 부채비율이 812%에서 130~140%로 내려갑니다. 물건을 더 팔아서도, 빚을 갚아서도 아닙니다. 장부에 '부채'로 적혀 있던 8,499억 원이 '자본' 칸으로 옮겨 앉으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무신사가 과거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전량 보통주로 바꿨습니다. 같은 회사, 같은 돈인데 숫자가 이렇게 달라집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올해 3월부터 일부 RCPS의 보통주 전환을 시작해, 이달 초 투자사들과 협의를 마치고 전환 절차를 완료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3,930만 9,500주였던 우선주는 보통주 3,933만 7,186주로 바뀌었습니다. 이로써 무신사의 총 발행주식 수는 2억 462만 9,016주가 되었고, 전량이 보통주로만 구성됐습니다. 우선주가 단 한 주도 남지 않은 상태입니다.
무신사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6차례에 걸쳐 3종의 RCPS를 발행해 5,600억 원 이상을 조달했습니다. 투자 유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무신사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 기준에서는 RCPS를 자본이 아닌 금융부채로 분류하게 됩니다. 투자받은 돈이 회계장부에서는 갚아야 할 돈으로 바뀐 겁니다.
RCPS는 투자자가 일정 조건에 따라 회사에 투자금 상환을 요구하거나 보통주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식입니다. 이 가운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문제가 됩니다. 회사가 언젠가 돈을 돌려줘야 할 의무를 지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부채로 잡힙니다. 여기에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권리의 가치도 별도 파생금융부채로 따로 인식됩니다. 올해 2분기 말 연결 기준으로 무신사의 상환전환우선주부채와 전환권부채는 합쳐 8,499억 원이었습니다. 부채비율은 812%까지 올라갔습니다.
RCPS를 들고 있는 동안에는 손익계산서도 흔들립니다.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할 금액에 이자가 붙으면서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기업가치가 오르내리면 파생상품 평가손익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실적과 무관한 숫자가 당기순손익을 밀고 당깁니다. 무신사는 올 상반기 연결 기준 15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RCPS 관련 회계처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부채비율 812%도, 상반기 적자도, 사업이 아니라 장부 구조에서 나온 몫이 섞여 있었다는 뜻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앞둔 기업이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필수적이고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무신사가 보통주 전환 절차를 성공적으로 매듭지으면서 IPO 심사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었던 부채비율 착시 현상을 선제적으로 해결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전환 후 부채비율이 130~140%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숫자는 업계의 추정이며, 확정된 수치는 아닙니다. 무신사 관계자는 "투자사와 순조로운 협의를 통해 RCPS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다"면서도 "이후 추가적인 IPO 절차 및 일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의 부채비율을 볼 때는 그 안에 RCPS가 들어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형태는 주식이지만 회계기준에 따라 부채로 분류될 수 있고, 이 경우 실제 차입금이 없어도 부채비율이 몇 배로 커 보입니다. 투자 유치가 활발했던 비상장 기업일수록 이 격차가 큽니다. 무신사의 경우 사업 실적이 달라진 게 아니라 같은 돈이 놓인 칸이 바뀌면서 812%가 130~140% 추정치로 내려갔습니다. IPO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