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마다 받던 지원금, 국세청 소득자료로 걸러내다 🧾 한 사람이 무인점포 여러 곳을 운영합니다. 대표자는 한 명인데, 지원은 점포마다 따로 나갔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직장에 다니면서 부업으로 스마트스토어를 여는 경우도 소상공인 지원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실수나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소상공인을 세는 방식 자체가 그랬습니다.
2026년 9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기본법 개정안이 의결됐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밝힌 내용입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앞으로 중기부가 국세청과 고용노동부에 소상공인 정책 수립과 지원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요청 대상에는 소상공인의 소득과 비용 관련 데이터도 포함됩니다. 그동안 지원 심사에 쓰이지 않았던 정보입니다. 매출이 아니라, 매출에서 비용을 뺀 실제 사업소득이 정책의 판단 근거로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기존에는 법에 적힌 소상공인 정의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사업자를 기준으로 매출액과 상시근로자 수를 확인하고, 그 두 가지 정보로 정책을 세우고 집행했습니다. 매출액과 근로자 수는 확인하기 쉬운 숫자입니다. 문제는 이 숫자가 그 사람이 실제로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임대료가 높은 곳에서 겨우 버티는 가게와, 매출 규모는 같지만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무인점포가 같은 칸에 들어갔습니다.
중복 지원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세는 단위가 사람이 아니라 사업자였기 때문입니다. 대표자가 같아도 사업자등록이 여러 개면 소상공인도 여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래서 동일한 대표자가 무인점포 여러 곳을 운영하는 다중사업자도 점포별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득을 보지 않으니 부업사업자도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본업에서 고액 연봉을 받고 있어도, 부업으로 낸 사업자등록만 있으면 소상공인 지원 대상 목록에 남았습니다.
소상공인 지원이 정책 취지에 맞지 않게 이뤄진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기준이 바뀌지 않은 이유는 의지보다 자료에 가까웠습니다. 소득과 비용 정보는 국세청에, 근로 관련 정보는 고용노동부에 나뉘어 있었습니다. 중기부는 그 자료를 요청할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확인할 수 있는 숫자만으로 정책을 만들었고, 그 숫자가 다중사업자와 부업사업자를 구분해내지 못했습니다. 이번 개정은 새로운 심사 항목을 만든 것이 아니라, 흩어진 자료를 가져올 통로를 연 것입니다.
이병권 중기부 제2차관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그간 사업자 중심 지원으로 인해 발생했던 중복 지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실질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영세 소상공인에게 정부 예산이 촘촘하고 두텁게 지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향후에도 분산돼 있는 소상공인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해 소상공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는 중기부의 기대와 계획이고, 실제 심사 기준을 어떻게 설계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다중사업자·부업사업자 여부 등을 고려해 자영업자 규모를 산출할 수 있게 됩니다. 정부 지원이 실제로 필요한 정책대상을 더 정확하게 뽑아내겠다는 것이 중기부가 밝힌 목표입니다. 바꿔 말하면, 사업자등록 개수가 아니라 실제 사업소득과 비용이 판단 기준에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22일 의결은 국무회의 단계이고, 구체적인 시행 시점과 심사 방식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대표자 한 명, 점포 여럿이라는 구조가 앞으로 어떻게 집계되는지가 확인할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