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맨해튼 빌딩에 투자한 리츠, 249억 흑자가 1,007억 적자로 뒤집혔습니다 🧾 반년 전까지 249억 원 흑자라고 적혀 있던 숫자가, 1,007억 원 적자로 바뀌었습니다. 차이는 1,256억 원입니다. 회사가 새로 돈을 잃은 게 아니라, 장부에 자산으로 올라 있던 항목 하나가 통째로 지워졌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감사인은 이 회사 재무제표에 "의견을 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미 5개월 가까이 주식 거래가 멈춰 있던 회사입니다.
2026년 9월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한울회계법인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2026년 상반기(제14기) 연결·별도 재무제표에 대해 모두 감사의견을 '거절'로 제시했습니다. 감사의견 거절은 외부감사인이 충분한 감사 증거를 얻지 못했거나 중요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재무제표가 적정한지 아닌지 판단 자체를 내놓지 않는 것입니다. 사유로는 '계속기업 가정에 대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적혔습니다. 회사가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전제할 수 있는지가 불확실하다는 뜻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이에 따라 이 회사가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상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고 안내했습니다.
이 회사는 202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입니다.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미국 뉴욕 맨해튼 498 세븐스애비뉴 등에 투자했습니다. 직전 사업연도 감사의견은 '적정'이었습니다. 그 사이 흐름은 이렇습니다. 2026년 4월 27일 서울회생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다음 날인 4월 28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그리고 약 5개월 뒤인 9월, 상반기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이 나왔습니다. 거래정지가 먼저였고, 상장 유지 여부가 걸린 사유는 그 위에 추가로 얹혔습니다.
실적이 1,256억 원가량 뒤집힌 이유는 영업권 때문입니다. 영업권은 과거 사업을 인수·결합할 때 인식해 무형자산으로 장부에 올려둔 금액입니다. 이 장부가치가 앞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에 못 미친다고 판단되면, 그 차액을 손상차손이라는 비용으로 처리합니다. 이번에는 영업권 1,256억 원이 전액 손상 처리됐습니다. 자산 쪽에서 1,256억 원이 빠지는 동시에 같은 금액이 비용으로 잡혔고, 그 결과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49억 원 흑자에서 1,007억 원 적자로 정정됐습니다.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더라도 곧바로 상장폐지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는 2026년 10월 19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회사 측은 기한 내 이의신청과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재감사 또는 차기 사업연도 감사를 통해 사유 해소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절차와 무관하게, 4월 28일부터 이어진 주식 거래정지는 이번 사유 발생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사유가 생겼다고 바로 끝나지도, 이의를 신청했다고 거래가 열리지도 않는 구간입니다.
회사 측은 이번 영업권 손상이 "과거 사업결합 과정에서 인식된 자산의 장부가치를 조정하는 비현금성 회계처리"라며, "현재 진행 중인 자율구조조정지원(ARS) 절차와 채무변제계획의 실행 재원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ARS는 법원이 주도하는 회생절차와 별도로, 채권자와 채무자가 자율적으로 채무 재조정을 협의하는 절차입니다. 실제로 영업권 손상은 현금이 새로 빠져나가는 거래는 아닙니다. 다만 같은 재무제표를 놓고 감사인이 적은 사유는 '계속기업 가정에 대한 중요한 불확실성'이었습니다. 같은 장부를 두고 회사의 설명과 감사인의 판단이 나란히 놓여 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날짜 두 개가 남아 있습니다. 하나는 10월 19일, 회사가 거래소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기한입니다. 다른 하나는 회사가 채권자들에게 변제계획안을 제시하고 사채권자 집회 등 절차를 거쳐 ARS 종료와 재무구조 정상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일정입니다. 보유 투자자라면 회사 보도자료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 공시에 올라오는 원문을 기준으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249억 원 흑자가 1,007억 원 적자로 바뀐 것도, 결국 공시 한 건에서 확인된 사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