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0억 달러를 현금 대신 원전 주문서로 보내다 🔩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신규 원전에 들어갈 장주기 기자재를 공급하면, 대미 투자 자금이 국내 기업의 매출로 다시 돌아오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미국이 올해 안에 달라고 한 100억 달러, 그 돈이 송금 대신 원전 부품 주문서로 바뀌고 있습니다.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대신, 미국에 지을 원전에 들어갈 핵심 부품을 미리 주문하는 방식입니다.
2026년 9월 22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정부는 미국 측과 원전 초기 투자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핵심은 미국에 현금을 먼저 보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앞으로 미국에서 건설할 원전에 필요한 핵심 기자재를 미리 발주하는 데 자금을 투입합니다. 같은 100억 달러지만, 돈이 향하는 곳이 미국 국고가 아니라 부품 공급망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앞서 미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와 관련해, 이 가운데 약 100억 달러를 올해 안에 먼저 집행하라고 한국에 요구했습니다. 전체 투자 규모의 5% 수준입니다. 한국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실제로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를 조기 자금 집행으로 보여달라는 취지였습니다. 정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투자할 사업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현금을 먼저 보내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봤고, 그래서 실제 원전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를 미리 주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원전에는 주문에서 실제 납품까지 4~5년이 걸리는 핵심 기자재가 적지 않습니다. 업계에서 장주기 품목이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원전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건설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기자재를 먼저 주문해두면, 전체 사업 기간을 그만큼 앞당길 수 있습니다. 한미가 찾은 절충점이 바로 이 장주기 품목의 선발주입니다. 착공 시점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4~5년 걸리는 품목은 지금 주문해도 늦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조기 집행 요구를 받고도 현금이 나가지 않는 이유는 사업 확정 여부에 있습니다. 어느 부지에 몇 기를 언제 짓는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에서 미국도 잃는 것이 없습니다. 한국의 대미 투자금이 올해 안에 실제로 집행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동시에 원전 건설 속도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한국은 사업과 무관하게 현금부터 보내는 부담을 덜게 됩니다. 요구는 그대로 남고, 지급 수단만 바뀐 셈입니다.
정부는 선발주에 투입되는 자금 상당 부분이 국내 원전 기업의 수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미국 신규 원전용 장주기 기자재를 공급하면 대미 투자 자금이 국내 기업의 매출로 돌아오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는 정부와 국회 관계자의 전망이며, 국내 기업이 실제로 어느 규모의 물량을 수주할지는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닙니다.
이 방안은 확정된 합의가 아니라 협의 중인 내용입니다.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시점은 2026년 9월 22일이고, 보고는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이뤄졌습니다. 100억 달러 집행 시한이 올해 안이라는 점, 그리고 장주기 품목 납품에 4~5년이 걸린다는 점을 함께 놓고 보면, 연말까지 어떤 품목이 어느 기업에 발주되는지가 이 구조의 실체를 보여줄 지점입니다. 현금이 나가지 않는다는 점보다, 그 주문서에 누구 이름이 적히는지가 남은 질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