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제청, 열흘 뒤 온 재제청 요청 — 조희대 대법원장이 거부하다 🖊️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재진 앞에서 한 말입니다. 청와대가 대법관 후보를 다시 제청해 달라고 문서를 보낸 것은 8월 28일이었습니다. 그 뒤 처음 나온 대법원장의 공개 답변입니다. 그런데 그가 거부 근거로 든 것은 후보자의 자격이 아니었습니다. 문서 한 장이었습니다.
22일 조 대법원장은 취재진에게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꺼낸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 부서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를 담은 문서에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함께 서명하는 절차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존재하는 문서는 8월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하나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어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작은 지난달 18일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손봉기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습니다. 청와대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였습니다. 열흘 뒤인 8월 28일,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달 22일, 조 대법원장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제청에서 거부까지 한 달을 넘긴 셈입니다. 이 기간에 공개된 것은 8월 18일 제청, 8월 28일 요청 문서, 9월 22일 발언, 이 세 가지입니다.
대법관 후보 제청에는 그동안의 관례가 있었습니다.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합의를 거친 뒤 후보를 제청하는 방식입니다. 지난달 18일 제청은 그 관례를 벗어난 경우였습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손봉기 후보자를 제청했기 때문입니다. 재제청은 대법원장이 이미 제청한 후보에 대해 대통령이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하는 행위입니다. 조 대법원장이 문서를 문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재제청 요청이 성립하려면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문서에 적혀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청와대의 문제의식은 달랐습니다. 8월 28일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제청을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고 했습니다. 서면으로 절차만 밟았을 뿐 내용을 두고 오간 협의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결국 양쪽이 짚은 지점은 서로 다릅니다. 청와대는 제청에 이르는 협의 과정을, 대법원장은 재제청을 요청한 문서의 형식과 내용을 문제 삼았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각자 다른 절차를 근거로 내세운 것입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양측의 입장은 두 문장으로 압축됩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 청와대(8월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 두 문장 모두 상대의 절차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손봉기 후보자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나 대법관 후보로서의 자격 논의는 양쪽 공개 입장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 사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날짜와 문서, 그리고 두 문장입니다. 8월 18일 제청, 8월 28일 재제청 요청 문서, 9월 22일 거부 입장. 조 대법원장이 존재한다고 밝힌 관련 문서는 8월 28일자 한 건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볼 지점도 분명합니다. 재제청 요청의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문서로 제시되는지, 그리고 제청 전 합의라는 관례가 어떤 형태로 다시 다뤄지는지입니다. 대법원장이 22일 취재진 앞에서 든 근거는 후보자가 아니라 문서였습니다. 문서가 달라지면 답도 달라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