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재제청 요구 25일 만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공문에 사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 "재제청 요청 공문에는 요청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대법원을 통해 낸 입장에 담긴 문장입니다. 대법관 후보를 다시 제청해 달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받고 25일을 보낸 뒤 거절한 바로 다음 날, 그 이유를 한 번 더 설명한 것입니다. 쟁점은 후보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요구를 담은 공문에 이유가 적혀 있었는지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23일 대법원을 통해 추가 입장을 냈습니다. 청와대가 재제청 요구의 근거로 든 '제청 과정의 절차적 흠결'에 대해 "헌법과 법률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유로는 공문 자체를 들었습니다. 요청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적혀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돼야 그 효력에 다툼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간 순서는 이렇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했습니다. 열흘 뒤인 같은 달 28일 청와대가 이 제청을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25일 만인 22일,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3일 입장은 그 하루 뒤에 나온 보충 설명입니다. 한 자리를 둘러싼 공방이 한 달을 넘긴 셈입니다.
청와대가 밝힌 반려 이유는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청이 이뤄졌다는 것, 그래서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이 하고 임명은 대통령이 하는 구조인데, 그 사이에 합의라는 단계가 선행돼야 하는지를 두고 판단이 갈린 것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합의의 유무를 다투기보다, 요구서에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는 점을 앞세운 것입니다.
22일 입장문에는 헌법 제82조가 등장했습니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 방식을 정한 조항입니다. 이 대목이 공문의 서식이나 결재 절차를 문제 삼은 것으로 읽히자, 조 대법원장은 23일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서의 겉모양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유를 문제 삼았다는 뜻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입장 발표가 늦어진 이유도 밝혔습니다. 개인적인 부친상과 국제행사 준비 때문이었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거절 입장과 함께 나온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로 인한 국민 불편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신속히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재제청 요구는 받지 않겠다는 입장과, 절차를 빨리 끝내겠다는 약속이 같은 날 나란히 나온 것입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이날 입장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대법관 2명이 동시에 비어 있던 상황은 일단 풀렸습니다. 이흥구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성수 신임 대법관이 최근 취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23일 기준 여전히 공석입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후보 이름이 아니라 문서입니다. 청와대가 재제청 요구의 사유와 헌법적 근거를 공문에 명시해 다시 보내는지, 아니면 기존 제청에 대한 판단으로 넘어가는지에 따라 다음 국면이 갈립니다. 조 대법원장이 23일 다시 꺼낸 말도 결국 그 한 줄이었습니다. 공문에 이유가 적혀 있어야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