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을 받고도 9개월간, 신용보증기금은 보증을 계속 승인했다고? 🧾 은행 대출상담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상담과 현장조사 자리에 60여 차례 동석했습니다. 실제로는 대출 브로커였고, 허위 의료기기 매매계약서와 잔고증명서를 내는 방식으로 보증서를 받아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언석 의원이 23일 신용보증기금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런 브로커가 개입한 업체는 지금까지 554곳으로 집계됐습니다.
23일 공개된 신용보증기금 자료에 따르면, 대출 브로커 개입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업체는 554곳입니다. 이들에게 승인된 보증금액은 3,996억 2,500만 원, 4,000억 원에 육박합니다. 문제가 된 제도는 예비창업보증입니다. 의사, 약사처럼 전문자격을 가진 예비 창업자가 병원이나 약국을 열 때 최대 10억 원까지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보증은 공짜가 아닙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하면 신용보증기금이 금융회사에 대신 갚아야 합니다. 신보는 554곳 가운데 3개 업체에 대해 이미 10억 1,176만 원을 대신 갚았습니다.
시간 순서를 따라가 보면 공백이 보입니다. 경찰은 2025년 3월 브로커 A 씨 사건과 관련해 272개 업체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신보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그런데 신보는 이 압수수색 이후에도 자체 감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예비창업보증 승인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신보가 특별 사후관리에 착수한 시점은 같은 해 12월입니다. 첫 압수수색으로부터 9개월이 지난 뒤였습니다. 12월에는 82개 업체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이 있었고, 2026년 4월에는 또 다른 브로커 B 씨가 개입한 200개 업체를 대상으로 3차 압수수색이 이뤄졌습니다.
사기대출이 벌어진 당시 기준으로, 5억 원 이상의 고액 보증서를 받으려면 자기자본 5억 원 이상을 갖춰야 했습니다. 문턱은 있었지만, 그 문턱을 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은 서류였습니다. 브로커 A 씨는 신보와 은행의 대출 심사가 서류 중심으로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허위 의료기기 매매계약서와 잔고증명서를 만들어 제출하면 자기자본 요건이 채워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기에 A 씨는 은행 대출상담사로 가장해 보증 상담과 현장조사에 60여 차례 직접 앉아 있었습니다. 서류를 검증하는 자리에 서류를 만든 사람이 함께 있었던 셈입니다.
압수수색이라는 신호가 있었는데도 걸러지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브로커 B 씨가 개입한 업체 중 10곳은 압수수색 이후에 보증을 승인받았습니다. 이 10곳에 승인된 금액은 총 57억 9,500만 원입니다. 신보 측은 담당 직원이 A 씨의 행위를 통상적인 대출상담 업무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예비창업자를 소개하고 보증신청 서류 제출을 대행하는 일은 대출상담사 업무 범위로 봤다는 설명입니다.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A 씨의 말을 믿고 브로커 개입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신보 관계자는 "보증 심사 과정에서 어떤 업체가 대출 브로커와 관련이 있는지 일일이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신보는 2025년에 예비창업보증 제도를 전면 개선했으며, 추가로 확인된 부정 보증은 제도 개선 과도기에 발생한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송언석 의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송 의원은 "기관이 경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다면 즉시 보증심사 과정에 어떤 허점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며 "별도의 실태점검 없이 기계적인 보증 승인을 이어가다가 9개월이 지나서야 특별 사후관리에 착수한 것은 안일한 기금 관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예비창업보증을 알아보는 사람에게는 달라진 기준이 중요합니다. 신보는 브로커 연루 가능성이 높은 업종의 보증 한도를 5억 원으로 축소했습니다. 한도를 정하는 기준도 바뀌었습니다.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를 보는 자기자금 규모 대신, 창업한 뒤 얼마를 벌 것으로 보이는지를 따지는 추정매출액 기준으로 전환했다는 것이 신보의 설명입니다. 잔고증명서 한 장의 무게가 달라진 셈입니다. 보증 상담과 현장조사에 60여 차례 동석한 그 사람은, 신보 직원에게는 은행 대출상담사로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브로커 관련 업체는 554곳이고, 그중 3곳에서 이미 10억 원이 기금에서 나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