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 3개 중 2개가 한국산인데, 2028년이 고비라고? 🧇 메모리를 사려는 쪽이 값이 더 오르기 전에 먼저 줄을 서고 있습니다. 일부 대형 클라우드 업체는 2027년 1분기에 쓸 D램을 2026년 4분기보다 높은 가격에 사기로 이미 계약했다고 전해집니다.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구매를 미루던 과거와 정반대 모습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런 흐름을 근거로 2030년 메모리 시장 규모 전망을 2조 달러, 약 2,700조 원으로 올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가 2028년에는 가격이 한 차례 꺾인다고 봤습니다.
◾ 2조 달러는 매출 전망이 아니다
BofA는 최근 2030년 글로벌 D램·낸드 전체시장규모(TAM) 전망치를 기존 1조 8,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 약 2,700조 원으로 상향했습니다. TAM은 수요가 최대로 커질 경우 형성될 수 있는 잠재 시장 규모로, 그해 실제 매출 전망치와는 다릅니다. 2025년 세계 D램·낸드 매출은 약 2,100억 달러, 약 290조 원이었습니다. 2조 달러는 이 매출의 9.5배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BofA는 2028년 가격 조정 전망도 함께 담았습니다.
◾ PC가 끌던 자리를 AI 서버가 대신했다
과거 메모리 호황은 PC와 스마트폰 판매 증가가 주로 이끌었습니다. 이번은 다릅니다.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이 빠르게 늘면서 고대역폭메모리는 물론 서버용 DDR5와 기업용 SSD 수요까지 함께 올라왔습니다. 구매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분기 단위로 나눠 사던 고객사가 지금은 5년 뒤 물량까지 미리 확보하려 합니다. BofA가 메모리 업체와 유통사, 완제품 업체를 점검한 결과 2026년 3분기 주요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보다 20~30%, 낸드는 15%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HBM을 늘리면 일반 D램이 줄어든다
가격을 밀어올린 건 수요만이 아닙니다. HBM은 AI 서버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인데, 일반 D램보다 웨이퍼 면적을 많이 쓰고 공정도 복잡합니다. 같은 생산능력을 놓고 보면 HBM 비중을 높일수록 범용 D램 생산량은 줄어듭니다. 트렌드포스는 주요 메모리 업체의 D램 웨이퍼 투입량 가운데 HBM 비중이 2025년 말 약 18%에서 2026년 22%, 2027년에는 3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HBM을 많이 만들수록 일반 D램이 모자라지는 구조입니다.
◾ 지금 짓는 공장이 2년 뒤 가격을 누른다
메모리는 가격이 오르면 업체가 증설하고, 2~3년 뒤 늘어난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다시 값이 떨어지는 사이클을 반복해 왔습니다.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를 중심으로 HBM과 첨단 D램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가동을 준비하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물량은 이르면 2026년 말, 늦어도 2027년부터 생산 증대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BofA는 2028년 D램 ASP가 약 5%, 낸드는 약 13%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장기 상승세가 끝나는 침체가 아니라 2029~2030년 재성장을 앞둔 연착륙이라는 게 BofA의 해석입니다. 다만 메모리는 고정비 비중이 높은 장치산업이라, 가격이 몇 % 꺾이는지에 따라 이익 규모가 크게 달라집니다.
◾ D램 3개 중 2개는 여전히 한국산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 삼성전자 39.4%, SK하이닉스 24.9%였습니다. 두 회사를 합치면 64.3%입니다. 삼성전자는 HBM4 공급을 확대하며 차세대 HBM4E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을 본격화하면서 고객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늘리고 있습니다. 변수는 중국입니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차세대 D램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낸드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HBM과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에서는 아직 기술 격차가 있다는 평가가 많지만, 범용 D램 물량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중국산 범용 메모리가 대량으로 풀리면 고부가 제품에서 버는 이익과 별개로 전체 수익성에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2,700조 원은 확정된 매출이 아니라 잠재 시장 규모입니다. 뉴스에서 이 숫자를 볼 때 TAM인지 매출 전망인지부터 구분하면 됩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표는 두 개입니다. 하나는 HBM이 D램 웨이퍼 투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7년에 실제로 30%에 닿는지, 다른 하나는 2027년부터 풀리는 증설 물량이 2028년 가격을 얼마나 끌어내리는지입니다. 업계에서는 시장이 얼마나 커지느냐보다 그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점유율과 수익성을 얼마나 지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D램을 미리 사둔 클라우드 업체들의 계산도, 2028년을 지나야 답이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