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찬성 79.2%인데, 정부는 3개월을 더 묻습니다 🪑 "굳이 숙의 민주주의를 거칠 필요가 있겠느냐고 볼 수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직접 한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신규 원전 추가 건설을 놓고 약 3개월간의 공론화에 들어갔습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 발표 시점은 10월에서 12월로 밀렸습니다. 찬성 여론은 80%에 육박하고,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 22일, 11명 이내의 위원회가 꾸려졌다
9월 25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2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한 원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11명 이내 규모입니다.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에너지 등 분야별 유관 단체의 추천을 받아, 원전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 인사를 위촉한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에 대표성 있는 국민들로 시민참여단을 별도로 꾸립니다. 시민참여단은 원전과 전력수급에 대한 학습 기회를 먼저 받고, 그다음 숙의토론에 들어갑니다. 원전 전문가는 전문위원회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공개토론회와 온라인 의견 수렴도 함께 진행됩니다. 위원회가 국민 의견을 정리해 기후부에 권고하면, 정부는 그 결과와 전력 수급·전력망 여건에 대한 전문적 검토를 합쳐 12차 전기본을 만듭니다.
◾ 올해 초에도 똑같이 물었다
정부가 신규 원전을 놓고 의견을 모으는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입니다. 기후부는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놓고 지난해 12월 30일과 올해 1월 7일 두 차례 정책토론회를 열었습니다. 1월 12~16일에는 2개 기관을 통해 여론조사도 했습니다. 그 결과 신규 원전 2기는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확정됐습니다. 당시 환경단체에서는 토론회와 여론조사만으로 원전 건설 여부를 정하는 것은 숙의가 충분하지 않다며 '졸속 공론화'라는 비판을 내놨습니다. 9개월 뒤, 같은 주제가 더 긴 절차로 돌아온 셈입니다.
◾ 2017년과 같은 방식, 다른 질문
이번 방식은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닮아 있습니다. 당시에도 시민참여단이 정보를 학습하고 토론한 뒤, 공론화위원회가 정부에 권고안을 냈습니다. 다만 물어보는 내용이 다릅니다. 2017년의 핵심 의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할지 여부, 한 가지였습니다. 이번에는 미래 전력수급에서 원전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를 종합적으로 논의합니다. 특정 호기의 찬반이 아니라, 발전원 구성 전체에 대한 판단을 시민참여단에 맡기는 구조입니다.
◾ 10명 중 8명은 이미 답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올 6월 12~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분기 에너지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79.2%가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기본에 반영해야 한다는 응답은 82.9%로 더 높았습니다. 국민 10명 중 8명꼴로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절차의 목적이 신규 원전 찬반을 다시 확인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숫자는 이미 나와 있고, 정부가 확인하려는 것은 그 숫자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 졸속이라던 쪽, 지연이라는 쪽
김 장관은 당초 계획한 일정을 지키지 못하게 됐지만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원전을 둘러싸고 제기된 쟁점을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반대편에서는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찬성 여론도 높은 상황에서 정책 결정만 늦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해 초에는 절차가 짧다는 비판이, 지금은 절차가 길다는 비판이 같은 사안에 붙어 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12월에 나오는 12차 전기본 정부안이 확인 지점입니다.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로 신규 전력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K 등의 투자 계획을 토대로 2035년까지 총 18.4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대응 방침은 원전과 출력을 줄여 모듈처럼 만든 소형모듈원전, 태양광·풍력, 액화천연가스를 함께 쓰는 것입니다. 김 장관도 올해 1월 국내 전력망 여건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만으로 안정적 공급은 쉽지 않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공론화는 공개토론회와 온라인 의견 수렴을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시민참여단에 들어가지 않아도 의견을 낼 통로가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굳이 거칠 필요가 있겠느냐"던 3개월이, 무엇을 남기는지가 12월에 드러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