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FTA를 원했는데, 멕시코가 "아직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 "우리의 선호는 FTA에 있지만, 지금 멕시코가 응할 준비 상황은 아니다."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프레스센터에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열고 '무역협정 체결'에 공감했습니다.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그 자리에서, 정작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단어는 빠져 있었습니다.
◾ 정상은 합의했는데, 협상은 시작되지 않는다
24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강조한 것은 투자·교역·산업협력의 '제도화'였습니다. 무역협정을 통해 지금의 협력 관계를 문서로 고정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 '무역협정'이 FTA를 뜻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같은 날 브리핑에서 선을 그었습니다. 한국의 선호는 FTA지만 멕시코가 응할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정상 차원의 공감과 실제 협상 개시 사이에 한 단계가 비어 있는 셈입니다.
◾ 순서가 정해졌다 — 미국이 먼저, 한국은 그다음
멕시코는 현재 미국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세 나라가 맺은 무역협정을 다시 들여다보는 작업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야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무역협정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멕시코의 협상 테이블에는 순서가 있고, 한국은 그 뒤에 서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이 협상 속도를 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 한국 부품으로 멕시코에서 만들면, 어느 나라 제품인가
핵심 쟁점은 원산지 규정입니다. 어떤 제품을 어느 나라에서 만든 것으로 인정할지 정하는 기준입니다. 멕시코에 진출한 상당수 한국 기업은 한국에서 자재와 부품을 들여와 현지에서 가공·조립한 뒤 미국으로 수출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USMCA 재검토 과정에서 원산지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멕시코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원산지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를 놓고 멕시코에 상당히 강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준이 조여지면 한국산 부품을 쓰는 현지 생산 구조 자체가 흔들립니다.
◾ FTA 아래에 다른 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안된 것은 FTA보다 낮은 수준의 무역협정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FTA를 추진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며 "FTA보다 단계가 낮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나 그보다 낮은 형태의 상호보완적 무역 체계도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하기로 한 일은 두 가지입니다. '무역·투자·산업협력 이니셔티브'를 만들고, 국장급 공동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공동위원회가 양국 무역협정의 이해득실을 먼저 분석하고, USMCA 재검토 결과를 지켜본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구상입니다.
◾ "가능성은 열어놓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가능성은 열어놓되 우선 USMCA 결과를 보고, 그 사이 공동위원회를 통해 서로 어떤 이익이 있는지 연구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를 진전시켜 나가기로 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협정 체결이 아니라 협정을 논의할 통로를 만든 것을 성과로 설명한 셈입니다. 남은 변수는 한국 밖에 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번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현지 한국 기업들의 구체적 애로사항도 멕시코 측에 전달했습니다. 관세 부담, 그리고 관세 면제·환급 절차 지연 문제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자료로 정리해 하나하나 제기했다"며 멕시코 측이 일부 사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추가 검토 입장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기업인 간담회에서는 멕시코 정부의 산업육성 전략 '플랜 멕시코'와 연계한 투자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SK 측은 멕시코 국가 예방접종 사업 참여와 백신 품질관리 역량 이전 협력 의사를, LG 측은 전장과 자율주행 분야 투자 확대 및 현지 생산거점 확충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멕시코 진출 기업이라면 앞으로 볼 곳은 두 군데입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USMCA 원산지 협의 결과, 그리고 새로 설치되는 국장급 공동위원회입니다. 두 정상이 무역협정에 공감한 날, 실제로 만들어진 것은 협정이 아니라 그 협정을 논의할 창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