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화면을 보면서, 외국인은 2배로 오르는 쪽 개인은 2배로 내리는 쪽을 담았습니다 🪢 9월 1일부터 23일까지, 외국인이 국내 상장 ETF 중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코스피200 등락률을 2배로 따라가는 'KODEX 레버리지'였습니다. 순매수액 2,144억 원. 같은 기간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상품은 코스피200 수익률의 -2배를 따라가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였습니다. 1,217억 원. 같은 지수, 같은 기간인데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두 달 전부터 거래가 92% 사라진 시장이 있습니다.
◾ 하루 12조 원이 9,900억 원으로 줄었다
9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거래소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규제 시행 전 한 달 12조 2,500억 원에서 시행 후 한 달 9,900억 원으로 약 92% 줄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 7월 31일부터 이 상품들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 원에서 현금 3,000만 원으로 올린 뒤의 결과입니다. 의원실은 시행 전 22거래일과 시행 당일을 포함한 이후 21거래일을 비교했습니다.
◾ 인버스2X는 95%가 사라졌다
상품별로 보면 감소 폭이 더 선명합니다. 레버리지 ETF 14종은 일평균 8조 6,400억 원에서 8,000억 원으로 91% 줄었습니다. 인버스2X ETF 2종은 3조 6,000억 원에서 1,900억 원으로 95% 급감했습니다. 손이 바뀌는 속도를 보여주는 회전율도 함께 내려갔습니다. 레버리지 14종은 43.6%에서 5.9%로, 인버스2X 2종은 1,110.4%에서 125.0%로 떨어졌습니다. 인버스2X의 회전율이 1,110%였다는 건, 그 상품이 하루 동안 전체 규모의 11배만큼 사고팔렸다는 뜻입니다.
◾ 첫 주에 줄고, 그 뒤로도 돌아오지 않았다
규제 직후의 일시적 위축이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숫자가 있습니다. 레버리지 ETF 14종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규제 직전인 7월 27~30일 6조 4,400억 원에서 시행 첫 주 8,700억 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둘째 주 6,200억 원, 셋째 주 7,900억 원, 넷째 주 6,000억 원이었고 8월 31일에는 5,300억 원까지 내려갔습니다. 개인 투자자의 방향도 바뀌었습니다. 규제 전 5주 동안 매주 일평균 순매수를 기록했던 개인은 시행일인 7월 31일 1조 706억 원 순매도로 돌아섰고, 이후에도 8월 24~28일을 제외하면 매주 순매도였습니다.
◾ 거래가 줄어든 시장에, 9월엔 외국인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달 들어 흐름이 갈렸습니다. 외국인은 KODEX 레버리지에 이어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1,570억 원,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1,104억 원 순매수했습니다. 예탁금 규제로 거래가 급감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에도 반도체 대형주 상승과 맞물려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 것입니다. 개인은 반대였습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1,217억 원, 'KODEX 인버스' 1,005억 원을 사들였고,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KODEX 레버리지는 3,175억 원,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2,225억 원을 팔았습니다. 'KODEX 200' 순매도 4,102억 원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로 큰 규모였습니다.
◾ 9월 성적은 상승 쪽이 앞섰다
이달 숫자만 놓고 보면 결과는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9월 1일부터 23일까지 코스피200이 5.06% 오르는 동안 KODEX 레버리지는 9.24% 상승했습니다. 반면 개인이 집중적으로 담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같은 기간 12.99% 떨어졌습니다. 다만 이 동반 유입 자체를 방향 예측으로 읽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상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금이 레버리지와 인버스로 동반 유입되며 방향성 베팅보다는 변동성 대응에 무게가 실린 흐름을 보인다"며 "지수 방향에 대한 확신보다는 급등락 구간의 단기 트레이딩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고 짚었습니다.
◾ 92% 줄어든 게 곧 안전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거래가 크게 줄었다고 해서 투자자 보호 효과가 충분히 나타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규제 대상이 아닌 다른 고위험 상품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 가능성 때문입니다. 김용만 의원은 "거래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자 보호가 완성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앞으로 정부는 예탁금 규제 효과가 더 장기화할지, 규제 밖에 남아 있는 상품으로 위험이 옮겨가지 않는지 등 시장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7월 31일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거래하려면 계좌에 현금 3,000만 원이 미리 들어있어야 합니다. 기존 1,000만 원에서 올랐고, 현금 기준입니다. 이 문턱을 넘지 못해 다른 상품을 찾게 될 수 있는데, 그 상품이 규제 밖에 있다는 것이 곧 위험이 낮다는 뜻은 아닙니다. 9월 1~23일 두 상품의 성적 차이(+9.24%와 -12.99%)는 같은 기간 코스피200 5.06% 움직임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2배 상품은 지수가 반대로 갈 때도 2배로 움직입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ETF 관련 전략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전력인프라, 나스닥100 중심"을, 채권은 "우량채와 자산 배분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9월 한 달, 외국인과 개인은 같은 화면을 보며 서로 반대쪽에 돈을 걸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