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저작권료가 매달 통장에 들어온다고? 🎵 400억 원. 신한투자증권이 음원 플랫폼 뮤직카우와 맺은 펀드 운용 계약 규모입니다. 가수의 노래에서 나오는 저작권료를 모아 투자 상품으로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그런데 이건 한 회사의 실험이 아닙니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매달 저작권료 배당이 가능한 음원 자산을 초기 리테일 상품 후보군으로 나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 2027년 2월, 문이 열립니다
토큰증권 제도 시행일은 2027년 2월입니다. 토큰증권은 주식·채권·부동산·저작권 같은 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 기반 장부에 기록해 발행하고 거래하는 증권입니다. 종이 증서나 증권사 전산망이 아니라, 네트워크 참여자 전체가 함께 기록하고 검증하는 장부에 소유권이 올라갑니다. 다만 처음부터 음원이나 탄소배출권을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도 도입 초기에 허용되는 건 기관 대상 사모 머니마켓펀드, 우량 사모사채, 비상장주식 같은 이른바 정형증권입니다. 기존 자본시장법 체계 안에서 이미 분류가 가능한 증권들입니다.
◾ 왜 지루한 상품부터 시작하나
증권사들이 그린 순서는 두 단계입니다. 먼저 기관을 상대로 하는 사모 시장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는지, 자본시장이 이 인프라를 신뢰할 수 있는지를 검증합니다. 그다음 일반 공모가 허용되고 규제가 풀리는 일정에 맞춰 개인 투자자 쪽으로 넘어옵니다. 이 두 번째 단계에 올려둔 자산 목록이 음원 지식재산권, 탄소배출권,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비상장주식입니다. 증권가에서 '킬러 상품'이라고 부르는 차세대 자산군입니다.
◾ 소액 조각투자만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 토큰증권은 주로 몇만 원짜리 조각투자로 소개돼왔습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검토하는 범위는 대형 기업금융 영역까지 걸쳐 있습니다. 발전소가 앞으로 받을 전력판매대금, 탄소배출권, 선박, 데이터센터를 유동화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이나 우량 채권을 수만 원 단위로 쪼개 파는 방안도 논의 대상입니다. 기존 금융시장에서는 쉽게 다루지 못했던 비정형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장부에 올려, 개인과 기관 모두가 참여하는 시장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 배당만으로는 안 된다는 판단
증권가의 진단은 조금 냉정합니다. 보유하면서 배당이나 이자를 받는 상품만으로는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투자자가 사고팔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까지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유는 순환 구조 때문입니다. 상품이 많아지면 투자자가 유입되고, 투자자가 늘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유동성이 쌓입니다. 이 유동성이 다시 새로운 발행을 불러옵니다. 반대로 거래가 일어나지 않으면 발행할 이유도 사라집니다.
◾ "패러다임 시프트의 출발점"
한 대형 증권사 토큰증권 담당자는 "STO는 자산 소유권과 거래를 기록하는 인프라 전반이 분산원장으로 전환되는 '패러다임 시프트'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초기 사모 시장 안착을 발판 삼아 공모 전환과 대체자산 확장에 속도를 내 시장을 주도하려는 증권사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 규모 전망치는 큽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2030년까지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이 16조~30조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이는 기관들의 추정치이고, 16조와 30조 사이의 폭이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2027년 2월에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개인이 음원 저작권이나 탄소배출권을 바로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초기에는 기관 대상 사모 정형증권만 허용되고, 일반 공모는 이후 규제 완화 일정에 달려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지금 발표하는 음원 펀드나 인프라 유동화 계획은 그 두 번째 단계를 겨냥한 준비 단계입니다. 신한투자증권과 뮤직카우의 400억 원 계약도 그렇습니다. 매달 저작권료가 들어오는 상품이 언제 개인에게 열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