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하나를 빼라는 구두 지침에, 3억 달러가 한 달째 멈췄습니다 📵 롯데렌탈은 지난달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3억 달러 외화채 발행에 나섰습니다. 해외 세일즈를 맡을 외국계 증권사 라인업까지 다 짜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주관사 중 하나를 빼라는 재정경제부 지침이 전달되면서 딜이 멈췄습니다. 9월 29일 현재까지 1개월 넘게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롯데렌탈 한 곳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 라인업을 다 짜놓고, 한 곳을 뺐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주관사단에서 역외 IB 한 곳이 제외됐습니다. 역외 IB는 국내 투자업 인가 없이 해외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증권사입니다. 국내 감독 당국이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 자리는 씨티·HSBC·크레디아그리콜·미즈호 등 4개사 체제로 다시 채워졌습니다. 서류가 아니라 구두로 전달된 지침이었습니다.
◾ 7년 만에 다시 포착된 정황
정부가 국내 투자업 인가가 없는 외국계 증권사의 영업에 제동을 건 정황이 확인된 것은 7년 만입니다. 대상도 한 곳이 아닙니다. 해외에서 달러 조달을 추진하던 한 시중은행도 최근 재경부로부터 역외 IB를 주관사단에서 빼라는 가이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책은행의 외화 조달 과정에서도 같은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민간기업, 시중은행, 국책은행까지 업권 전방위적으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분위기입니다.
◾ 주관사가 빠지면 돈도 같이 빠진다
주관사 교체가 단순한 명단 변경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롯데렌탈은 애초에 미매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그 역외 IB를 주관사로 발탁하는 대신, 조달 금액의 상당 부분을 그 증권사로부터 투자받기로 했습니다. 주관사 자리와 투자 확약이 한 묶음이었던 셈입니다. 주관사에서 빠지면 그 투자도 함께 사라집니다. 3억 달러를 시장에서 전부 소화해야 하는 구조로 바뀐 것입니다.
◾ 이미 앵커 투자자를 확보했는데도
시중은행 사례는 더 나아갑니다. 해당 역외 증권사들이 이미 앵커 투자자까지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앵커 투자자는 채권 발행 전에 대규모 투자를 확약해 미매각 위험을 줄여주는 핵심 기관투자자입니다. 발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침이 구두로 전달됐습니다. 조달의 안전장치가 이미 마련된 뒤에도 명단은 바뀌어야 했습니다.
◾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진단
IB 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이 피치 기준 'BBB-'로 우량하지 않고 사상 첫 외화채 발행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고금리 환경에서 3억 달러 전액을 시장에서 소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융기관의 보증을 받거나 시장이 우호적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른 쪽에서는 시점을 문제 삼습니다. 대미 투자를 계기로 외화 조달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개별 증권사 영업에 개입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외화채 발행에서 주관사 명단은 형식이 아닙니다. 롯데렌탈 사례처럼 주관사 자리에 투자 확약이 묶여 있는 경우, 명단 한 줄이 바뀌면 조달 계획 전체가 흔들립니다. 롯데렌탈의 3억 달러는 한 달 넘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증을 받거나, 시장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