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부터 9월 28일까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에서 최소 48건의 조기상환청구권이 행사됐습니다. 기업들이 실제로 내준 돈은 이자까지 합쳐 약 2,720억 원. 루닛 한 곳이 751억 원이었습니다. 한때 연구개발비를 대주던 전환사채가 지금은 현금을 빼가는 통로가 됐습니다. 주가가 약속한 전환가를 밑돌자, 투자자들이 주식 대신 돈을 골랐기 때문입니다.
◾ 9개월 동안 48건, 2,720억 원이 나갔다
28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KRX 헬스케어지수는 이날 3555.29로 마감했습니다. 2025년 마지막 거래일 종가 4865.56과 비교하면 약 26.9% 낮은 수준입니다. 이 하락과 함께 올 들어 9월 28일까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에서 최소 48건의 풋옵션이 행사됐습니다. 조기 상환된 전환사채 권면액은 약 2,550억 원, 이자를 포함해 기업들이 실제 지급한 금액은 약 2,720억 원입니다. 루닛이 약 751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파마 230억 원, CMG제약 215억 원, 랩지노믹스 211억 원이 뒤를 이었습니다.
◾ 최근 한 달, 7곳이 전환가를 내렸다
전환사채는 정해진 조건에 따라 발행 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입니다. 주가가 전환가보다 높아야 투자자가 주식으로 바꿀 이유가 생깁니다. 바이오주 약세가 길어지면서 전환가를 낮춰주는 리픽싱이 속출했습니다. 최근 한 달간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랩지노믹스를 포함해 7곳으로 파악됐습니다. 일부 전환사채는 최초 전환가보다 30%까지 낮아지며 계약상 최저 조정 한도에 닿았습니다.
◾ 손실 보전 장치가 거꾸로 작동하는 지점
리픽싱은 주가가 떨어졌을 때 전환가격을 내려 투자자 손실을 메워주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전환가가 낮아질수록 같은 금액의 채권이 더 많은 주식으로 바뀝니다.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되고, 시장에 나올 잠재 매물 부담은 커집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전환가가 최저 조정 한도까지 내려간 뒤에도 주가가 그 아래에 머물면, 더 낮출 여력이 없어집니다. 이때부터 투자자에게는 주식으로 바꾸는 것보다 원리금을 청구하는 쪽이 유리해집니다.
◾ 갚을 돈을 다시 빌려서 만든다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은 기존 전환사채를 갚기 위해 또 다른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디티앤씨알오는 올해 2월 신규 전환사채 140억 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 60억 원 등 총 200억 원을 발행하면서, 이 가운데 179억 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책정했습니다. 발행액의 90%가 기존 빚을 갚는 데 쓰인 셈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차환을 위해 발행한 CB까지 주가 하락으로 리픽싱될 경우 추가 상환 부담과 지분 희석 우려가 주가를 다시 누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회사는 "주가와 투자자 판단에 달렸다"고 말한다
HLB의 제40회 전환사채는 현재 미상환액이 300억 원으로, 내년 2월 28일 첫 조기 상환 시점을 맞습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전환가도 4만 1,575원에서 3만 6,514원으로 내려갔습니다. HLB 관계자는 "내년 2월부터 300억 원 규모의 CB에 대해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지만 실제 상환 규모는 당시 주가와 전환 여건, 투자자의 판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회사의 실제 풋옵션 행사 규모에 맞춰 가용 재원을 탄력적으로 활용하고 기존 사업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환 규모가 회사 계획보다 투자자 선택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전환가가 최저 조정 한도에 도달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정바이오 제8회 전환사채 전환가는 2,764원에서 2,515원으로 내려가 최저한도에 닿았고, 미상환 35억 원이 올해 11월 30일과 내년 2월 28일 조기 상환 시점을 맞습니다. 에스바이오메딕스 제5회 전환사채도 3만 2,950원에서 2만 3,065원까지 30% 낮아져 한도에 도달했고, 지난달 첫 풋옵션 행사 뒤 남은 권면액은 12억 4,500만 원입니다. 전환사채 발행 내역과 전환가 조정, 미상환 잔액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정기보고서와 주요사항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9개월간 나간 2,720억 원은 이미 지나간 숫자이고, 다음 상환 시점은 달력에 이미 적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