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바뀌는 판사에게, 회사법 재판을 맡겨도 될까요 ⚖️ 2026년 9월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연 세미나 자리에서 한 현직 판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사 사건은 경제·경영·회계학과 금융 거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인천지방법원 김재남 판사의 발언입니다. 지금 우리 법원에서 기업 재판을 맡는 판사들은 통상 3년 주기로 보직을 바꿉니다. 이 자리에 모인 학자와 판사, 투자자 단체가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상사 사건만 다루는 별도의 법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판사는 3년 뒤 다른 곳으로 간다
29일 세미나의 이름은 '주주 충실의무와 상사특별법원 도입'이었습니다. 발제를 맡은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상사, 투자자 보호 분쟁은 사실관계 파악이 복잡하고 법적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법관의 전문성을 높여 재판 완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주요 지방·고등법원에는 상사·기업 전담재판부가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판사들도 근무 이력이 짧고, 일반 사건 담당과 행정 업무를 함께 맡고 있습니다.
◾ 전문법원은 이미 네 개가 있다
우리나라에 전문법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허·행정·회생·가정법원 등 4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법원들이 따로 만들어진 이유는 분명합니다. 특허 재판은 기초과학과 공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회생 재판은 여러 채권자의 이해관계와 사회적 영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만큼 일반 재판과 성격이 다르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입니다. 상사 재판만 이 목록에서 빠져 있습니다.
◾ 금융 기법은 빨라지고, 상법은 계속 바뀐다
상사 재판의 난도는 과거와 다릅니다. 금융 기법이 고도화됐고, 상법 개정이 잇따랐습니다. 기업 업무 자체도 복잡해졌습니다. 재판에서 다뤄야 할 사실관계와 법리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들을 판단하는 구조는 그대로입니다. 3년마다 순환하는 인사 체계와, 행정·일반 재판을 병행하는 업무 구조 위에서 기업 재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 이스라엘은 4.39년이 1.74년으로 줄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른 길을 갔습니다. 미국이 대표적입니다. 현지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은 회사법 사건만을 전담합니다. 이스라엘은 텔아비브 지방법원에 회사법·증권법 사건만 담당하는 전문법관 3명으로 구성된 전문재판부를 설치했습니다. 결과가 숫자로 나왔습니다. 소송 진행 기간이 전문재판부 설립 전 4.39년에서 1.74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재판이 빨라진 만큼 분쟁 당사자가 결론을 기다리는 시간도 줄었다는 의미입니다.
◾ "중병 환자는 전문의를 찾는다"
이 자리에서는 의료 서비스에 빗댄 비유도 나왔습니다. 중병을 앓는 환자라면 십수 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의에게 진료받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기업 분쟁도 장기간 관련 재판을 담당해온 법관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김재남 판사는 "우리 법원이 법관의 인사 형평성을 고려해 2~3년마다 분야를 바꿔가며 순환 배치를 실시하는 것보다 상사전문법원 설치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편익이 커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순환 배치에도 인사 형평성이라는 목적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 편익을 비교해보자는 제안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상사 사건처럼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전문 법관을 장기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 대상으로는 미국, 영국, 네덜란드, 대만, 싱가포르 등 전문 상사 재판 조직을 둔 나라들을 꼽았습니다.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라면 이 논의가 먼 얘기가 아닙니다. 주주 권리를 둘러싼 분쟁이 법원에서 얼마나 빠르고 일관되게 판단되는지가 여기에 걸려 있습니다. 세미나에 모인 학자와 현직 판사가 같은 방향을 가리켰지만, 이는 아직 제안 단계입니다. 실제 법원 설치까지는 입법 논의가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