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낮추려고 용량을 줄였는데, 단가는 더 올라갔습니다 🧱 "8단으로 바꾸면 GPU 가격 상승 압력은 좀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HBM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9월 29일 내놓은 전망입니다. 내년 HBM 평균판매가격이 올해보다 121% 오른다는 숫자와 함께 나왔습니다. 2배가 넘습니다. 그리고 빅테크들이 준비한 대응책은, 계산해보니 오히려 단가를 더 올리는 방향이었습니다.
◾ 2배 넘게 오른다는 숫자가 나왔다
9월 29일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HBM 제품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올해보다 12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ASP는 한 기간에 팔린 제품 총매출을 판매 수량으로 나눈 평균 단가를 말합니다. 개별 제품 하나가 두 배 오른다는 뜻이 아니라,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평균 가격대가 두 배를 넘어선다는 의미입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여러 층 쌓아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를 크게 넓힌 AI 가속기용 메모리입니다.
◾ 공급 부족이 먼저였고, 신제품이 뒤따랐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두 겹입니다. 먼저 공급 부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HBM4,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HBM4E가 겹칩니다. 세대가 올라갈수록 단가가 높은데, 그 비싼 제품이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집니다. 부족해서 오르는 것 위에, 비싼 쪽으로 구성이 바뀌면서 또 오르는 구조입니다.
◾ 생산을 늘린다는데, 품귀는 계속된다
양사는 하반기 들어 증산에 속도를 냅니다. 엔비디아의 신형 AI 칩 '베라 루빈' 출시에 맞춰 HBM4 공급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3분기 HBM4 매출을 2분기보다 3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4 수율을 전 세대인 HBM3E 수준까지 끌어올려 램프업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램프업은 생산 라인의 수율과 생산량을 목표치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증산 과정입니다. 그런데도 품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12단을 8단으로 줄였는데, Gb당 원가는 더 높다
빅테크들은 가격 상승에 대응해 칩당 탑재 용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D램 12개를 쌓은 12단 대신 8단 제품을 AI 칩에 넣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계산이 예상과 다르게 나옵니다. 적층 수가 줄어도 HBM 맨 아래층에 있는 베이스 다이 비용은 그대로입니다. 고정비가 더 적은 용량에 나눠 실리는 셈입니다. 트렌드포스는 기가비트(Gb)당 원가가 8단 제품이 12단보다 10~20% 높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 완화는 되지만, 되돌리지는 못한다
트렌드포스의 결론은 절충적입니다. 8단으로의 용량 조정이 내년 GPU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칩 하나에 들어가는 HBM 총량이 줄어드니 GPU 완제품 가격 부담은 덜어진다는 뜻입니다. 다만 HBM 가격 자체의 상승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개별 구매자의 부담은 조정할 수 있어도, 공급이 부족한 시장의 가격 방향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내년 AI 관련 비용을 가늠할 때, HBM 가격은 두 배 오른 상태를 기본값으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총액은 조절할 수 있지만, 용량 1기가비트를 사는 단가는 오히려 10~20% 비싸집니다. 다만 121%도, 10~20%도 모두 트렌드포스의 전망치이며 확정된 거래 가격이 아닙니다. HBM4E 출시 시점과 실제 수율이 이 숫자를 얼마나 따라가는지가 내년 하반기에 판가름 날 부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