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짓겠다고 했더니, 동네마다 기준이 달랐다 서울에서 최근 5년간 건축 허가 절차를 밟은 데이터센터는 16곳입니다. 그런데 그 허가 절차 안에는 '어디서 어떤 기준을 적용받느냐'는 질문이 여전히 답 없이 남아 있습니다. 구마다, 시마다 규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은 서울 한 곳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최근 5년간 건축 허가 절차를 밟은 데이터센터 16곳 중 8곳은 사용승인을 마쳤습니다. 나머지 8곳은 허가·착공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절반이 아직 문을 열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 8곳 가운데 일부는 사업을 추진하는 도중 새로 생긴 규제를 소급 적용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부지를 확보하고 공사를 시작했더라도, 사용승인이 나기 전이라면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각 지자체가 만들고 있는 규제의 내용은 제각각입니다. 서울 금천구는 신규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반경 200m 안에 사는 주민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영등포구는 건축 심의를 의무화하고 2·3종 일반주거지역 안에는 아예 짓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경기 과천시의회는 주거지와 200~300m 이격을 의무화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고, 인천시는 1·2·3종 일반주거지역 전반에 걸쳐 입지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는 허가가 나는 조건이 바로 옆 지역에서는 불가 요건이 되는 상황입니다.
이 혼란의 출발점은 중앙정부의 기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자체들은 주민 민원과 반발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각자 규제를 만들어왔습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부지를 확보하고 사업 계획을 세운 뒤에도 최종적으로 어떤 기준이 적용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이는 인허가 지연과 사업비 증가로 이어집니다. 특히 5㎿ 안팎의 소규모 도심형 에지 데이터센터 — AI·게임· 영상 서비스처럼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경우 도심 가까이에 두는 소형 시설 — 도 대형 센터와 같은 입지 규제를 받게 되면, 실시간 데이터 처리 인프라 확충에 직접적인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규제가 생긴 배경을 빼면 구조가 절반만 보입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가동되는 대형 시설입니다. 냉각 장비 소음, 전력 수요 증가, 주거지 인접에 따른 생활환경 변화 등 주민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구체적입니다. 중앙정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주민 요구에 반응한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그 결과로 전국에 서로 다른 기준이 난립하게 됐고, 사업자는 물론 주민도 어떤 기준이 최종 적용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자체마다 서로 다른 규제가 만들어지면 국가 인프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중앙정부가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지역별 규제가 계속 확산되면, 장기적으로 국내 AI 산업 경쟁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데이터센터 8곳은 규제 변화에 직접 노출돼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한 입지 기준 및 조례 현황은 각 지자체 건축과 또는 도시계획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네마다 기준이 달라진 건 어느 한 구청의 결정이 아닙니다. 중앙 기준이 없는 자리를 각 지역이 각자의 방식으로 채우는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