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직 비자 수수료, 기존의 최대 50배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가 미국 공장에 엔지니어를 보낼 때 쓰는 비자가 있습니다. H-1B입니다. 지금까지 이 비자 한 건을 신청하는 데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은 많아야 50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것을 10만 3265달러로 올리는 규정안을 내놨습니다. 이 조치는 실리콘밸리 빅테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 국토안보부가 관보에 게재한 규정안에 따르면, H-1B 신청 1건당 수수료는 10만 3265달러(약 1억 4300만 원)입니다. 이 비용은 비자를 신청하는 기업이 냅니다. 기존 수수료는 2000~5000달러 수준이었으니 최대 50배가 오르는 셈입니다. 국토안보부는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올해 말 최종 규정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이 규정이 확정되면 연간 88억 달러(약 12조 원)가 걷혀 이민정책 운영 재원으로 쓰입니다.
이 수수료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포고령으로 이 수준의 수수료를 먼저 적용했습니다. 그 포고령이 올해 만료되자, 행정부는 이번에 아예 영구 규정으로 확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적용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기존에는 해외에서 신청하는 인력에 주로 적용됐지만, 이번 규정안은 미국 내 신청자까지 포함합니다.
H-1B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직에 발급되는 취업비자입니다. 연간 발급 건수는 추첨으로 8만 5000건으로 제한됩니다. 병원·대학 취업자와 비자 갱신자는 이번 수수료 예외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이 비자는 미국 내 기술 인력 수요를 해외 전문직으로 채우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수수료를 대폭 올리면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인력을 채용하는 비용 자체가 높아집니다.
이 대목이 이번 규정안에서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연방법원은 올해 6월, 이 수수료에 대해 "의회 승인이 없는 위법한 세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규정안 절차를 그대로 밀어붙였습니다. 의회의 입법 없이 행정부가 수수료 형태로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이 적법한지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I 산업 관련 엔지니어, 연구원, 반도체 설계 인력을 채용해온 빅테크는 물론 스타트업에도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2024회계연도 기준 H-1B 승인 근로자 출신국은 인도(71%), 중국(11.7%)에 이어 한국이 1%로 5위입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이 미국 현지법인과 공장에 파견하는 엔지니어·연구 인력 상당수가 이 비자에 의존해왔습니다. 반도체·배터리 분야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기술 인력 이동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규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국토안보부는 30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말 최종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 인력을 파견하거나 채용할 계획이 있는 기업이라면, 의견 수렴 기간 동안 제출할 수 있는 공식 의견서(Public Comment) 절차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에서 해당 규정안을 검색하면 의견 제출 방법과 마감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건당 5000달러 이하였던 비자 비용이, 올해 말부터는 1억 4300만 원짜리 청구서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