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가 모자라다 — 엔비디아가 미리 사버렸기 때문입니다 AI 서버 한 대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 핵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를 엔비디아가 분기 만에 두 배 이상 사들였습니다. 나머지 수요자들은 더 비싼 가격을 써내야만 반도체를 구할 수 있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 공급난은 일시적 쇼티지가 아닙니다. 엔비디아는 2028년 초까지 지속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2025년 1분기, 엔비디아의 공급업체 구매 약정 잔액이 2790억 달러(약 385조 원)로 집계됐습니다. 직전 분기 1190억 달러(약 164조 원)에서 한 분기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CFO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의 메모리 공급 부족이 적어도 2028 회계연도(2027년 2월~2028년 1월)까지 당사 성장의 병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크레스 CFO는 "메모리 부문에서 극단적인 가격 책정을 경험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더욱 오를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번 공급난은 HBM(고대역폭메모리, AI 칩과 메모리를 고속으로 연결하는 적층형 반도체)에서 시작해 전체 메모리 시장으로 번졌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수익성 높은 HBM 생산에 라인을 집중하자, 일반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eSSD) 물량이 동시에 줄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 시작 시점인 2022~2023년에는 메모리 가격이 급락해 반도체 업계 전반이 적자를 냈습니다. 공급난은 그 반전입니다. 업계는 엔비디아 예측을 넘어 2028년 말까지도 수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데이터센터 기가와트(GW)당 수익 창출력을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전 세대 가속기 호퍼는 180억 달러, 현행 블랙웰은 250억 달러, 최신 베라 루빈은 400억 달러입니다. AI 서버 한 대당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커질수록, 그 안에 들어가는 HBM의 가격이 올라도 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상한선이 함께 높아집니다. 공급자가 가격을 올려도 수요자가 버텨야 하는 구조적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메모리 3사 모두 HBM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HBM은 일반 D램보다 생산 공정이 복잡해 라인 전환과 수율 안정화에 시간이 걸립니다. 엔비디아가 앞서 대규모 약정으로 물량을 선점한 상황에서, 뒤늦게 수요를 낸 빅테크와 클라우드 기업(CSP)들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야만 반도체를 구할 수 있는 처지가 됐습니다. 공급 확대 노력 자체가 공급자 우위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 굳어지면서, 국내 메모리 두 회사의 실적 전망치도 연이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4.6% 증가한 394조 4153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2028년에는 영업이익 563조 3759억 원, 매출 1023조 3649억 원이라는 전망치가 나와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64.0% 급증한 266조 2640억 원, 2028년에는 414조 7592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두 회사 모두 올해부터 2028년까지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흐름입니다. 이 수치는 증권사 추정치 평균으로, 확정 실적이 아닙니다.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 — 서버, PC, 스마트폰 — 의 제조 원가가 오르는 구조입니다. 기업용 IT 인프라를 운영하거나 서버를 조달하는 기업이라면, 메모리 단가 상승이 2028년 초까지 이어진다는 엔비디아의 공식 전망을 예산 계획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385조 원짜리 약정으로 시작된 이 구조는, AI 서버의 부가가치가 올라가는 한 당분간 바뀌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