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에 모인 중앙은행장들, 이번엔 금리보다 결제 시스템을 본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이달 40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동시에 미국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근방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5월 정점을 지나 다소 둔화됐지만,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는 한참 높은 상태입니다. 이런 시점에, 전 세계 중앙은행장 120~150명이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 집결합니다. 이것은 매년 반복되는 행사가 아닙니다. 이번 회의는 새 연준 의장의 첫 데뷔 무대이자, 방향을 잃은 듯 보이는 통화정책의 향방을 가늠하는 자리입니다.
잭슨홀미팅을 주관하는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은 27~29일 '금융 혁신: 결제 및 정책에 대한 함의'를 주제로 회의를 연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결제, 간편 결제, 가상화폐,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한 디지털 자산) 등 결제 시스템이 통화정책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다룹니다. 캔자스시티 연은은 "결제 시스템의 급속한 진화가 통화, 은행업, 정책, 글로벌 금융 통합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978년 시작해 올해 49회째를 맞는 이 행사에는 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 경제학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금융계 경영인 등 엄선된 인사들이 참석합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 3.50~3.75%로 동결하는 사이, 시장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AI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회사채 물량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쏟아졌고,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는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방정부 부채가 40조 달러를 돌파한 것도 국채 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하는 구조적 요인입니다. 이처럼 연준의 결정과 무관하게 시장 금리가 오르는 상황, 이를 통화정책 언어로는 '시장 주도 긴축'이라 부릅니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금융시장이 스스로 긴축을 진행하고 있다"며 연준이 성급하게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국채 금리 상승이 심상치 않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바이백(국채 재매입) 규모 확대 카드를 꺼냈습니다. 정부가 시장에서 국채를 직접 사들여 금리를 끌어내리는 조치입니다. 재무부가 일반계정(TGA·재무부의 운영 자금 계좌)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채 금리는 일시적으로 안정됐습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워시 의장의 구상과 충돌합니다. 워시 의장은 단기 긴축은 시장에 맡기겠다는 입장인데, 재무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면 그 신호가 흐려집니다. 재무부와 연준이 같은 방향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시장이 연준의 방향성을 불투명하게 보는 핵심 이유 중 하나입니다.
워시 의장은 올해 6월 첫 FOMC 정례회의부터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방향을 사전에 예고하는 지침)를 금리 결정문에서 삭제했습니다. 불확실한 전망을 제시하면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결정문의 경제 상황 진단 문구도 6~7월 연속으로 짧게 유지했고, 점도표(연준 위원들이 분기마다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해 공개하는 표)도 조만간 폐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지난달 FOMC 회의에서 연간 8회인 정례회의 횟수 자체를 줄이는 방안도 위원들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2%라는 오직 단 하나의 목표만이 존재한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수단을 설명하지 않자, 국채 금리는 오히려 다시 뛰었습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15~16일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현 3.50~3.75%로 동결할 확률을 61.6%, 인상할 확률을 38.4%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인상 확률이 40%에 육박한다는 것은 시장이 연준의 다음 행보를 사실상 반반에 가깝게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 워시 의장이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 최대한 발언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워시 의장의 임기 첫 연설은 한국 시간으로 28일 오후 11시(현지 시간 오전 8시)에 예정돼 있습니다. 한편 4월 취임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 장용성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도 이번 잭슨홀미팅에 참석합니다. 두 사람은 27일 국내에서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잭슨홀로 이동하는 일정입니다. 한은 총재의 잭슨홀 참석은 2022년 이창용 전 총재 이후 4년 만입니다.
워시 의장의 연설 내용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한국 국채 금리도 따라 오르는 구조이고,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역시 연준의 방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연설은 한국 시간으로 28일 오후 11시에 시작됩니다. 워시 의장이 구체적인 금리 대응 수단을 언급하는지, 아니면 이번에도 2% 목표 원칙만 재확인하는 데 그치는지가 관건입니다. 연준 홈페이지(federalreserve.gov)에서 연설문 전문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0조 달러의 부채, 2%에 못 미치는 물가 목표, 엇박자를 내는 재무부와 연준. 워시 의장이 잭슨홀에서 어떤 말을 고르는지는, 그가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만큼이나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