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13분기 연속 매출 신기록 — 그래도 공급이 발목을 잡는다 AI가 돈이 된다는 걸 숫자로 보여주는 기업이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5~7월 매출 962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106%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런데 젠슨 황 CEO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공급 제약이 없었다면 성장률이 훨씬 더 높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호실적을 발표하면서도 '더 팔 수 있었는데 못 팔았다'고 말하는 회사입니다.
엔비디아는 2025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 962억 2000만 달러(약 133조 200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921억 7000만 달러를 40억 달러 이상 웃돌았습니다. 이로써 13분기 연속 매출 신기록을 썼습니다. 수익성도 함께 올랐습니다. 매출총이익률 75%, 영업이익률 66.5%, 주당순이익(EPS) 2.22달러로 월가 예상치 2.10달러를 상회했습니다. 3분기 가이던스는 1080억 달러로, 시장 예측치 1040억 달러를 또 넘어섰습니다. 정규장에서 1.59% 하락 마감한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4.4% 급등해 218달러선을 오르내렸습니다.
부문별로 보면 구조가 뚜렷합니다. AI 칩 매출이 포함된 데이터센터 부문이 89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92%를 차지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17% 성장한 수치입니다. 판매처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같은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하이퍼스케일러) 대상 매출은 지난해 242억 달러에서 487억 달러로 두 배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제외한 클라우드사·기업 대상 매출은 같은 기간 169억 달러에서 403억 달러로 약 2.4배 늘어 더 빠른 속도를 보였습니다. 소버린 AI(정부·국가 주도 AI 인프라) 사업도 직전 분기 대비 35% 성장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3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젠슨 황 CEO는 "대부분 사람들은 하이퍼스케일러만 보고 있지만, 그건 전체 수요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8회계연도(2027년 10월~2028년 9월) 매출이 약 70%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젠슨 황 CEO는 이 수치가 수요 전체를 반영한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실제 수요는 100%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70%는 회사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기준으로 책정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발목을 잡는 건 메모리입니다. AI 서버에 쓰이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확보 비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엔비디아 측은 "메모리 병목과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마진율 전망치를 73.5~74%로 제시했습니다. 시장 전망치였던 74% 후반보다 소폭 낮은 수준입니다. 이에 대응해 다음 회계연도 1분기부터 제품 가격도 올릴 방침입니다.
모순처럼 보이는 계약이 이날 함께 발표됐습니다. 엔비디아는 2027~2028년 사이 아마존웹서비스(AWS)에 GPU 200만 개를 추가 공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마존이 올해 이미 100만 개를 설치하기로 한 물량에 더해지는 것입니다. 이번 계약에 포함된 칩은 블랙웰 울트라, 루빈, 루빈 울트라 GPU입니다. 개당 정가가 최소 수만 달러여서 총액은 최소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형 고객에게는 할인이 제공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주목할 부분은 아마존이 동시에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자체 하드웨어로 효율을 높여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 GPU를 대규모로 추가 구매한 건, 자체 칩이 당장 엔비디아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젠슨 황 CEO는 이날 "AI는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인프라 확충을 주도하는 AI 연구소는 하나뿐이었으나 지금은 새로운 연구소와 스타트업이 쏟아져나오는 황금기"라는 설명입니다. 차기 주력 제품 '베라 루빈'도 "바로 이 순간을 위해 개발됐다"고 했습니다. 중국 업체 중심의 오픈모델 AI 약진에 대해서도 "세계는 폐쇄형 모델과 오픈모델을 모두 필요로 한다"며 엔비디아 기술의 범용성을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한편 크레스 CFO는 최근 불거진 '순환금융' 논란에 대해 "자금 지원은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픈AI 등 AI 기업에 자금과 인프라를 지원해 AI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엔비디아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엔비디아가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뒤 그 스타트업이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구조가 외부에서 제기한 '순환금융' 의혹의 핵심인데, 회사 측은 이를 생태계 투자로 규정했습니다.
엔비디아의 내년 매출 성장률 70% 전망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 가능 물량을 기준으로 한 숫자입니다. 수요 자체는 100%에 가깝다는 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AI 반도체 시장을 볼 때, 성장률이 낮아진다면 그게 수요 둔화 때문인지 공급 병목 때문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962억 달러 매출을 발표하면서도 "더 팔 수 있었는데"라고 말하는 회사. 그 발목을 잡고 있는 건 HBM 메모리 가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