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을 짓지 않기로 했던 곳에, 다시 삽을 꽂는다 지난해 절반을 백지화했던 신규 댐 계획이 1년도 안 돼 되살아났습니다. 공론화 대상 7개 중 5개는 예정대로 짓고, 나머지 2개도 댐 없이 같은 효과를 내는 대안 사업으로 채웁니다. 달라진 것은 기후가 아닙니다. 반도체·배터리 공장이 들어설 자리가 정해지면서 물 수요 계산이 바뀐 것입니다. 이 결정이 어떤 흐름 위에 있는지, 숫자로 짚어봅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론화 대상 7개 댐 중 5개는 예정대로 건설하고 2개는 보다 효과적인 대안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설되는 5개는 충남 청양·부여군 지천댐, 경기 연천군 아미천댐, 경남 거제시 고현천댐, 전남 강진군 병영천댐, 울산 회야강댐입니다. 총 저수용량은 1억 2800만 톤으로, 대구·경산·영천·청도에 물을 대는 운문댐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건설하지 않기로 한 경북 김천시 감천댐과 경남 의령군 가례천댐은 인근 댐·저수지 연계나 하천 정비로 홍수 조절 효과를 대신 확보합니다. 병영천댐과 고현천댐의 홍수 조절 용량은 기존 계획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2024년 윤석열 정부는 전국 14곳에 신규 댐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예상 사업비는 4조 7517억 원이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기후부는 이 중 7곳을 즉시 백지화하고, 나머지 7곳은 공론화를 거쳐 재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 공론화 결과가 이번 발표입니다. 최종적으로 5개 댐이 남으면서 총 사업비는 1조 6682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이 중 국고 투입액은 8021억 원입니다. 절감된 재원은 5대강 지천·도심 하천 정비와 기존 댐·저수지 연계 사업에 씁니다. 정부가 다목적 댐을 새로 짓는 것은 2010년 경북 영천 보현산댐 착공 이후 16년 만입니다. 지천댐과 아미천댐이 모두 다목적 댐으로 분류됩니다.
규모가 가장 큰 지천댐(저수 용량 5900만 톤)의 용수 공급 목표치는 기존 하루 15만 톤에서 18만 톤으로 늘었습니다. 충북권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공업 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조정입니다. 김 장관은 "지천댐은 처음에 댐을 만들지 하천 정비로 대체할지 논쟁이 컸다"면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청 지역에 홍수 방어뿐 아니라 용수 공급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어 다목적댐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미천댐(저수 용량 4500만 톤) 역시 자체 수원이 없었던 연천·파주 등 전방 지역에 하루 8만 톤을 공급합니다. 앞서 기후부는 서남권 반도체 프로젝트 발표 이후 전남 화순군 동복댐을 높여 하루 25만 톤을 신규 확보하는 방안도 내놓았습니다.
지천댐반대위원회는 이날 즉각 성명을 냈습니다. "소수로 구성된 정부 공론화위가 밀실에서 결정하는 방식이 문제"라며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물관리 대책을 사회적 협의를 거쳐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공론화위는 찬반 각각 2명씩에 수자원학회와 물환경학회 회장이 중립 측으로 참여해 총 6명이 다섯 차례 심도 있게 논의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절차의 투명성을 두고 정부와 반대 측의 해석이 엇갈린 채 사업이 시작되는 구도입니다. 가장 규모가 큰 지천댐에서 이 갈등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감천댐 대신 인근 김천부항댐의 저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하천을 정비합니다. 가례천댐 대신 서암저수지와 가미저수지를 수로로 연계합니다. 지천댐·아미천댐·병영천댐·가례천댐 대안 사업은 모두 100년 빈도 강수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100년 빈도는 특정 해에 그 강수량이 발생할 확률이 1%라는 통계적 기준입니다. 기후부는 기후 위기 상황이나 용수 수요 변화에 따라 신규 댐을 추가로 건설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지역별 생활·공업·농업 용수 수요와 공급을 살피고 대응 방안을 계속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댐 숫자가 아닙니다. 홍수 조절 능력을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7개 사업 모두 추진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이미 나옵니다. 건설하지 않는 2개도 같은 치수 효과를 내는 사업으로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총 사업비는 14개 계획 당시의 4조 7517억 원에서 1조 6682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줄어든 만큼의 효과를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같은 효과를 더 적은 비용으로 내는 것인지는 각 대안 사업의 설계와 집행 과정에서 확인됩니다. 공론화 절차의 정당성을 다투는 지천댐 반대 움직임처럼, 지역별 갈등은 착공 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당 지역 주민이라면 각 댐·대안 사업의 공식 창구인 기후에너지환경부(대표전화 02-2100-6831)에서 사업 현황과 주민 의견 제출 경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절반을 멈췄던 댐 사업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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