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을 덜 쌓고 더 빠르게 — 삼성이 엔비디아 맞춤 메모리 파트너가 된 이유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 제시한 속도 사양은 17~18Gbps입니다. 삼성이 처음 내놓은 샘플 속도(14.4Gbps)보다 20% 높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엔비디아는 더 높이 쌓는 대신 오히려 층수를 낮추기로 했습니다. AI 메모리 시장의 경쟁 공식이 바뀌고 있고, 삼성은 그 새 공식에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메모리 규격 'NVHBM'에 쓸 HBM4E(7세대) 8단 제품을 삼성에 요청했습니다. 삼성이 당초 준비한 건 12단·16단이었습니다. 층수를 줄이는 대신 속도를 17~18Gbps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엔비디아의 요구입니다. NVHBM은 엔비디아가 공개한 독자 연결 기술 'NV링크'에 최적화된 메모리입니다.
HBM은 4단에서 8단, 12단으로 층수를 높이며 용량을 늘려왔습니다. 층수가 높아질수록 D램 다이를 얇게 깎고 정밀하게 쌓아야 해 제조 난이도와 불량률 부담이 커집니다. 엔비디아의 이번 요청은 그 방향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8단은 제조 부담이 낮아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HBM을 공급받기에 유리합니다.
업계는 이번 전략 변화를 엔비디아의 메모리 공급 부족 타개책으로 읽습니다. 고적층 HBM은 생산이 어렵고 수율(정상 작동 비율)이 낮아 물량 확보에 한계가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대신 GPU 간 연결 수를 기존 72개에서 최대 576개로 8배 늘리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GPU 한 개당 메모리 용량은 줄더라도, 더 빠른 HBM을 탑재한 GPU 수백 개를 하나로 묶어 전체 연산 성능을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NVHBM은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GPU '루빈 울트라'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NVHBM에는 D램뿐 아니라 로직(시스템반도체) 기반의 베이스다이 설계·생산 역량이 함께 필요합니다. 베이스다이는 HBM 적층 구조의 가장 아래에 위치해 신호 처리와 인터페이스를 담당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 역량을 외부에 의존하지만, 삼성은 D램과 로직을 모두 자체 생산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HBM4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속도를 입증한 만큼 고적층보다 속도 경쟁에서 강점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속도 우선으로 방향을 틀면서, 삼성의 강점이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삼성이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 지위를 선점했다는 것은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다만 이번 전략 변화가 삼성에게만 유리한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NVHBM 공급 경쟁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닙니다. 엔비디아가 공급 안정을 위해 복수 파트너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더 높이 쌓는 것"에서 "더 빠르게 연결하는 것"으로 AI 메모리 경쟁 기준이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삼성이 엔비디아의 새 기준에 먼저 대응하게 된 것은, HBM4에서 입증한 속도 경쟁력과 로직·D램 일괄 생산 능력 덕분입니다. NVHBM이 루빈 울트라에 실제로 탑재될 경우, 삼성의 HBM 사업 반등 여부를 가늠하는 첫 번째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
![[단독] 삼성, HBM4 이어 엔비디아 ‘NVHBM’ 선점](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8/28/news-p.v1.20260828.189e219096a24640b0a5d63fcf7906f7_P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