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한 번이 가게 열 개 값 — 성수에서 김천까지, 소비자가 발로 만든 상권 어느 제과점 앞에 줄을 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여행자가 생겼습니다. 대전 중구를 찾은 외지인들은 빵을 사기 위해 기차를 탑니다. 이것이 예외적 풍경이 아니라는 사실은 숫자가 증명합니다. 대전 중구의 관광 소비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45.3% 늘었습니다. '체험 뒤 구매'가 하나의 소비 구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에 따르면, 성수 상권의 3.3㎡당 매출은 강남보다 최대 4배 높습니다. 국내 패션 매장 기준으로 성수는 3.3㎡당 634만 원, 강남은 167만 원입니다. 같은 브랜드, 같은 제품을 팔아도 '어디서 파느냐'에 따라 매출이 네 배 가까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매장도 성수(876만 원)가 강남(509만 원)을 앞섰습니다. 올 상반기 성수동이 있는 성동구에서 열린 팝업 매장은 468건으로 서울 전체 1799건의 4분의 1에 달합니다.
성수 상권의 핵심 거리인 연무장길은 이미 자리를 잡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스위트스팟 관계자는 "서울숲과 뚝섬·북성수를 지나 동쪽 건대입구까지 팝업이 흘러가고 있다"며 "성수로 불리는 범위가 확장되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전역으로도 분산이 이뤄졌습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용산 아이파크몰,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각각 상반기에만 100건에서 200건의 팝업을 열었습니다. 홍대 앞 AK플라자는 애니메이션·게임 등 서브컬처 지적재산권 경험의 거점이 됐습니다. 서브컬처 IP란 만화·게임·애니메이션 등 특정 팬층을 가진 콘텐츠 브랜드를 뜻합니다.
팝업은 서울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대전은 성심당을 중심으로 전국 빵지순례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대전 외지인 방문자 수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0.3% 늘었고, 관광 소비는 27.2% 증가해 전국 평균 16.1%를 웃돌았습니다. 인구 13만 명인 경북 김천에서는 2024년 시작한 김천김밥축제에 이틀 동안 15만 명이 몰렸고, 1인당 김밥 구매를 4줄로 제한해야 했습니다. 강원 양양군은 지난해 8월 체류인구가 등록인구의 27.0배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충남 예산시장은 더본코리아와 재개장 이후 올해 5월 기준 누적 방문객 1000만 명을 넘겼습니다. 체험 목적의 이동이 지역 단위 수요를 만들어 내는 구조입니다.
경험 마케팅이 활성화될수록 성과를 내기는 오히려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팝업 임대료는 오르는 반면 운영 기간은 2주 이내로 짧아지는 추세입니다. 지역 축제 역시 방문객이 몰려도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옵니다. 다른 브랜드와 비슷한 형태의 체험 공간은 빠르게 외면받습니다. '방문객 수'와 '매출 증가'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 경험 상권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소비자 경험 설계가 브랜드와 제품의 성패를 가르는 최우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같은 관계자는 "소비자의 관심사가 빨리 변하는 데다 다른 브랜드와 비슷한 경험은 금세 외면받기 때문에 상품 고유의 특성을 체감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천김밥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 예비축제로 지정됐습니다. 지역 고유의 소재가 있을 때 경험이 반복 방문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수 팝업, 대전 빵집, 김천 김밥축제는 서로 다른 소재처럼 보이지만 같은 구조 위에 있습니다. 소비자가 먼저 경험을 찾아 움직이고, 구매는 그다음에 따라옵니다. 여행·방문 일정을 짤 때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확인하는 방식이 이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대전 중구 관광 소비 증가율 45.3%는 성심당 본점 하나를 앞세운 지역이 만들어 낸 숫자입니다. 경험 목적의 방문이 어떤 규모로 지역 경제를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줄을 서는 곳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뚜렷할수록 줄은 더 길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