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회삿돈 5600억, 회장 일가가 먼저 투자한 곳에 들어갔다 42일 간격이었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0년 5월 특정 회사 전환사채를 개인 명의로 인수한 뒤,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가 같은 회사에 250억 원을 추가로 집어넣었습니다. 이 사례만이 아닙니다. 같은 날, 혹은 15일 간격으로 반복된 패턴이 확인됐다고 영풍·MBK파트너스는 주장합니다. 9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 의혹이 다시 전면에 올라왔습니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조성한 8개 펀드 가운데 6개에 출자했습니다. 출자 총액은 약 5600억 원이며, 영풍·MBK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해당 6개 펀드 각각에서 사실상 단독 출자자였습니다. 이 펀드들을 통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 3곳 — 아크미디어, 하이햇, 슬링샷스튜디오 — 에 총 690억 원이 6차례에 걸쳐 투자됐습니다.
아크미디어 사례가 가장 구체적입니다. 2020년 5월 29일, 최윤범 회장은 개인 명의로 아크미디어 제1회 전환사채 17억 원을 인수했습니다. 42일 뒤인 7월 10일, 원아시아는 '코리아그로쓰 제1호 펀드'로 아크미디어 제2회 전환사채 250억 원 전액을 인수했습니다. 2021년 7월에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원아시아가 '아비트리지 제1호 펀드'로 아크미디어 전환사채 10억 원을 인수할 당시, 최 회장의 친인척 3명과 최 이사가 같은 날 또는 15일 간격으로 전환사채를 나눠 인수했습니다. 영풍·MBK는 이 구조가 최 회장 일가의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회삿돈이 후속으로 들어오면 먼저 인수한 전환사채의 가치가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 측 입장은 일관됩니다. 원아시아에 출자한 것은 투자처가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블라인드펀드였고, 운용사(GP)의 개별 투자 판단에 회사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영풍·MBK는 이 해명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결과에 주목합니다. 출자자가 사실상 고려아연 단독이고, 최 회장 일가가 선투자한 기업에 펀드 자금이 반복적으로 유입된 패턴이 확인된다면, 블라인드펀드라는 형식만으로 이해충돌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영풍·MBK는 "확보된 형사기록과 공시를 근거로 한다"고 밝혔으나, 수사 결과나 법원 판단은 현재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소액주주들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고려아연 소액주주 모임은 9월 9일 임시 주주총회에 감사위원 후보로 오른 백인규 단국대 교수와 박유경 전 APG자산운용 아태지역 책임투자·지배구조 총괄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질의서의 핵심은 하나입니다. "수천억 원대 투자와 대규모 자본거래가 이뤄지는 동안, 기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내부 회계관리체계가 왜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거나 차단하지 못했는지를 새 감사위원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영풍·MBK는 현 감사위원회의 견제 기능에 문제가 있다며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사안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둘입니다. 영풍·MBK는 패턴의 반복성을 문제 삼습니다. 특정 기업에 회장 일가의 선투자가 선행하고, 이후 회삿돈이 뒤따라 들어오는 구조가 6차례에 걸쳐 반복됐다면,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고려아연 측은 형식의 적법성을 강조합니다. 블라인드펀드 출자는 일반적인 기관 투자 방식이고, GP의 독립 판단을 신뢰하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현재 의혹은 형사 기록을 근거로 제기됐지만, 수사·사법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어느 쪽 해석이 맞는지는 진행 중인 법적 절차와 9월 임시 주주총회 결과에 달려 있습니다.
9월 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리 선출되는 감사위원이 이 사안의 향방을 가를 변수입니다. 분리 선출 감사위원 제도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소액주주 의사가 상대적으로 더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고려아연 주주라면 의결권 행사 방법과 위임장 절차를 사전에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공개질의서를 통해 후보자 입장을 확인하는 창구는 이미 열려 있습니다. 42일의 간격이 의혹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 간격이 우연인지 구조인지를 판단할 기회가 9월 9일에 주주들에게 주어집니다.
![영풍·MBK “고려아연 측 펀드, 회장 일가와 투자 기업 왜 겹치나” [시그널]](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8/28/news-p.v1.20260826.05ad5a71d981436e95fc95252ef22287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