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역의 25%, 아직 협정이 없다 지난해 한국이 CPTPP 회원국들과 주고받은 무역 규모는 3410억 달러입니다. 전체 교역액의 25%에 해당합니다. 중국(2730억 달러·20%)이나 미국(1960억 달러·15%)보다 큰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 교역을 뒷받침하는 공식 제도 틀은 아직 없습니다. 정부가 이달 27일 CPTPP 가입 논의에 공식 착수한 것은 그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입니다.
CPTPP는 2018년 12월 발효된 다자간 무역협정입니다. 일본, 베트남, 캐나다, 멕시코, 영국 등 12개국이 참여 중입니다. 한국은 이 12개국 중 일본, 멕시코와 아직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았습니다. 피터슨국제경영연구소(PIIE) 제프리 쇼트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CPTPP 회원국들 간 관계는 이미 있다"며 "그 관계를 뒷받침할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PIIE는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국제 경제 전문 싱크탱크입니다.
한국의 CPTPP 가입 검토는 수년째 반복됐습니다.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통상 환경이 불안정해지자 정부는 이달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가입 논의를 공식 의제로 올렸습니다. 이미 우루과이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필리핀, 인도네시아도 가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힌리히재단 데보라 엘름스 무역정책총괄은 "한국이 늦게 합류할수록 CPTPP 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가입 대기국이 늘수록 협정 내 규범 수립 과정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핵심 걸림돌은 농축산어업계의 반대입니다. CPTPP 회원국들의 값싼 농축수산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쇼트 연구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일본은 가입 당시 수입 쿼터를 설정하고 낙농업 안정화 프로그램을 함께 시행함으로써 내부 반대를 극복했습니다.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축사에서 "농축산어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듣겠다"고 밝혔습니다. 제도적 완충 장치를 설계하는 것이 협상 전 선결 과제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CPTPP 가입을 서두르자는 논거는 관세 절감보다 공급망 안정에 있습니다. 쇼트 연구위원은 "핵심 광물과 기계류 등의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엘름스 총괄도 한국 기업들이 세계 각지에 공장을 두고 공급망을 다각화한 점, 디지털 규제 분야에서 앞서가는 점을 들어 "CPTPP 차원의 새로운 규범 수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는 가입 이후 협상 과정에서 실현될 기대 효과이며, 확정된 수치나 조건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쇼트 연구위원은 FTA 네트워크 확대와 공급망 리스크 완화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미국의 관세 압박 같은 통상 리스크에 CPTPP 차원에서 공동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엘름스 총괄은 타이밍을 더 중요하게 봤습니다. "G2 국가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유사한 입장의 국가들이 뭉쳐야 한다"며, 늦어질수록 협정 내 규범 형성 주도권을 잃는다고 경고했습니다. 국내 재계를 대표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안정적인 시장과 신뢰할 만한 공급망, 예측 가능한 규범의 틀이 절실하다"며 가입 필요성에 동의했습니다. 박 본부장은 "WTO 중심의 다자 무역 질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CPTPP 같은 개방형 복수국 협력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하면 현재 FTA가 없는 일본·멕시코와의 교역에 협정 혜택이 처음 적용됩니다. 가입 이후 관세 조정 폭, 농축수산물 쿼터 설계 방식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결정됩니다. 가입 여건과 쟁점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1)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대CPTPP 교역 3410억 달러. 협정이 없어도 교역은 이미 이 규모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