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가입하면 농업 생산액이 매년 1%씩 줄어든다 정부가 최근 다시 분석한 결과, CPTPP에 가입하면 국내 농업 생산액이 15년 동안 연평균 700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지난해 농업 생산액 62조 7000억 원의 약 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4년 전 같은 분석에서 나온 최대 4400억 원보다 60%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 숫자 하나가, 지금 정부와 농업계 사이에 놓인 거리를 보여줍니다.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는 현재 11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입니다. 정부는 통상조약법에 따라 협상 개시 전에 실질 GDP 증가율, 소비자 후생, 산업별 영향 등 경제적 타당성을 반드시 검토해야 합니다. 이번 조사에서 농업 생산액 감소 규모는 2022년 분석(연평균 최대 4400억 원)보다 대폭 늘었습니다. 반면 제조업 순수출 효과는 4년 전 연평균 최대 9억 달러 (약 1조 2400억 원)에서 이번 조사에서는 그보다 수 배 더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질 GDP와 소비자 후생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정부는 전체 경제적 효과를 기준으로 가입의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농업 생산액 감소가 커진 배경에는 품목별 구조가 있습니다. 사과는 국내 생산 과일 중 비중이 약 25%로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수입이 허용된 적이 없습니다. CPTPP 가입국인 일본·호주·뉴질랜드를 포함해 11개국이 사과 수입을 위한 위험 분석을 신청했지만, 동식물 위생 검역(SPS)을 통과한 나라는 한 곳도 없습니다. CPTPP 가입은 이 검역 장벽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농업계는 우려합니다. 낙농업도 영향권에 있습니다. 축산의 경우 호주산 쇠고기는 2028년, 캐나다·뉴질랜드산은 2029년에 기존 FTA에 따라 관세가 철폐되는 만큼 CPTPP 가입의 추가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유·치즈·버터·분유 등 유제품에 대한 시장 개방 요구가 커질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정부가 2022년에 이어 4년 만에 CPTPP 가입을 다시 추진하는 데는 통상 환경의 변화가 있습니다. 자국 우선주의와 우방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메가 FTA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의 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이 배경입니다. 김다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원은 "CPTPP 발효 후 역내 수출은 연평균 3.2%씩 성장하고 있고, 당사국들은 신시장 개척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며 "참여하지 않는 것은 향후 기회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인도네시아·UAE·중국 등 11개국이 이미 가입 신청을 해둔 상태"라며 "일각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와 전문가 일부는 소비자 편익 측면을 내세웁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먹거리 물가가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값싼 외국산 농산물에 대한 접근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상 기후로 국내 농산물 가격 급등이 빈번해지는 만큼 메가 FTA를 통한 농산물 시장 개방은 먹거리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농업계의 시각은 다릅니다. 연평균 7000억 원 이상의 생산액 감소는 가격 경쟁력이 낮은 품목 농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사과·배 등 원예 작물과 유제품 농가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농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물가 안정이라는 소비자 이익과, 생산 기반 축소라는 농가 손실 사이의 간격은 좁지 않습니다.
정부는 농업계와의 공감대 형성을 CPTPP 가입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9월 중 농업인 종합단체 및 품목 분야별 생산자 단체와 간담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간담회 자체가 합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과거 FTA 협상 때마다 반복된 과정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제시할 피해 보전 방안의 구체성이 농업계의 수용 여부를 가를 변수가 될 것입니다.
CPTPP 가입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현재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마친 단계이며, 협상 개시 전에 농업계와의 협의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농업 종사자 또는 관련 단체라면 9월 중 예정된 농림축산식품부 간담회 일정을 농식품부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고 의견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7000억 원이라는 숫자는 15년 평균의 추정치입니다. 그 숫자가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나뉘는지는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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