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원료 기술, 해외 기업이 사들이고 있다 동양FT의 영업이익은 2023년 54억원에서 지난해 178억원으로 3년 만에 세 배 넘게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은 국내 기업이 아니라 네덜란드 특수화학 기업 IMCD였습니다. 독일의 브렌탁은 이달 국내 원료 유통사 우진트레이딩을 추가로 사들였습니다. K뷰티 원료 기술을 겨냥한 해외 기업의 인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IMCD는 올해 1월 국내 화장품 원료업체 동양FT의 지분 100%를 인수했습니다. 동양FT는 2009년 설립된 원료 공급·제형 개발 전문 업체입니다. 지난해 매출 기준 약 7조6430억원 규모의 IMCD는 지난해 2분기에도 국내 원료 유통업체 YCAM의 생명과학 사업부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독일 브렌탁은 이달 3일 1999년 설립된 우진트레이딩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아시아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로레알그룹의 벤처캐피털 BOLD는 지난 6월 국내 바이오기업 올릭스에 105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올릭스의 siRNA(짧은간섭리보핵산) 기술을 피부·모발·손발톱 건강 솔루션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외 원료기업들이 한국에 주목하는 핵심 이유는 제품 출시 주기입니다. 글로벌 시장의 일반적 신제품 개발이 2~3년 걸리는 데 비해, 한국은 기획부터 양산까지 6개월~1년 안팎입니다. 한국 원료사를 확보하면 어떤 성분과 제형이 시장에서 빠르게 반응하는지 즉각 검증할 수 있고, 여기서 검증된 성분을 글로벌 시장에 확산시키기도 유리합니다. IMCD는 동양FT 인수 직후 서울에 응용연구소와 '뷰티 스튜디오 서울'을 열었습니다. 단순 원료 공급을 넘어 브랜드·제조사가 시제품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한 것입니다. 한국의 빠른 개발 역량을 현지에서 활용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원료사 인수의 또 다른 이점은 리스크 분산입니다. 여러 브랜드에 원료와 기술을 공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정 브랜드의 성패와 상관없이 K뷰티 성장의 수혜를 폭넓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한국 원료사를 확보하면 K뷰티 트렌드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구조적으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구조가 글로벌 대형 화학·유통사들의 인수를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은 글로벌 천연화장품 관련 특허 23만여 건 중 약 2만4000건, 비율로는 10%를 보유합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이를 중국과 함께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춘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KISTI 보고서는 "기술 경쟁력이 실제 원료 산업의 개발·생산· 사업화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원료 수입 의존도 역시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뷰티 브랜드와 제조사들이 해외 원료 수입에 의존하는 한, 국내 원료기업이 K뷰티 성장을 매출로 연결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전문가들은 원료 기업 스스로 기술력을 알릴 수단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한 국내 원료기업이 독자 브랜드화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해외 기업이 인수를 통해 그 결실을 가져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K뷰티 제품을 구매할 때 히알루론산이 한국산인지 중국산인지까지 구분하지 않는다"며 "원료도 품질과 기술력을 소비자와 브랜드에 알릴 수 있는 B2B 마케팅과 브랜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완제품 중심 성장을 넘어 원료의 차별성을 시장에 알리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입니다.
K뷰티 원료 기술은 글로벌 대형 기업들이 수백억원을 써서 사들일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동양FT의 영업이익이 2년 만에 54억원에서 178억원으로 오른 것은, 그 기술이 이미 시장에서 검증됐다는 신호입니다. 그 가치를 먼저 알아본 것이 국내가 아닌 해외 기업이라는 점이 지금 이 흐름의 핵심입니다. 업계 동향을 더 살펴보려면 한국화장품원료협회(www.kcii.or.kr)에서 국내 원료 기업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