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0.5배 기업, 이제 인수 제안을 숨길 수 없습니다 코스피 상장사 중 상당수는 기업 청산 가치의 절반 이하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라는 뜻입니다. 회사 자산을 다 팔면 시가총액의 두 배를 받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오랫동안 지적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지표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문제에 새로운 압박 수단을 꺼냈습니다. 누군가 비싼 값을 제안하더라도 경영진이 조용히 묻어둘 수 없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 오기형 의원은 이번 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합니다. 특위 소속 의원과 정무위원회 의원들도 공동 발의에 참여합니다. 법안의 핵심은 한 가지입니다. 저평가 상장사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인수 제안을 받으면, 그 조건을 주주에게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적용 요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PBR 0.5배 미만 상장사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인수 가격을 제안받는 경우 등이 검토 방향으로 거론됩니다.
현재 상장사가 M&A 제안을 받아도 일반 주주가 그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들이 "확정된 바 없다"는 식의 공시만 올리고 구체적인 조건을 공개하지 않아도 제재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경영진이 주주와 무관하게 인수 제안을 거절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3월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 발표에서 유사한 제도 도입 의지를 밝혔습니다. 여야가 방향은 같이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의무공개매수제 도입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의무공개매수제는 대규모 지분 인수 시 지배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에게도 동일한 조건으로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두 제도가 동시에 시행되면 구조는 이렇게 됩니다. 인수 희망자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을 제안하면, 그 조건이 전체 주주에게 공개되고, 소액주주도 같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게 됩니다. 경영진이 "우리는 안 판다"고 버티기가 한층 어려워지는 구조입니다.
재계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다른 지점을 우려합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에 대한 보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에게 저가로 신주를 발행해 인수자의 지분율을 희석하는 방어 수단입니다. 한국은 이 제도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수 제안 관련 정보를 무조건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베어허그 제도는 저평가된 회사가 시장 원리에 따라 재평가되도록 해 PBR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특위 관계자는 "의도적인 주가 누르기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유사한 제도가 운용 중이라는 점도 도입 근거로 제시됩니다. 미국의 경우 이사회가 M&A 제안을 거절하려면 주주에게 거절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야 하는 신인의무(fiduciary duty) 구조가 함께 작동합니다. 한국형 베어허그가 그 구조를 어디까지 따를지는 법안 내용이 나와봐야 알 수 있습니다.
PBR 0.5배 미만 상장사에 투자한 주주라면, 이 법안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해당 기업에 인수 제안이 들어올 경우 그 조건이 공시를 통해 공개됩니다. 의무공개매수제까지 도입되면, 공시된 가격에 소액주주도 주식을 매도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법안은 아직 발의 전 단계이며, 구체적 요건과 시행 시기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결정됩니다. 자본시장법 개정 진행 상황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likms.assembly.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자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임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던 기업들. 이 법안은 그 침묵을 공개석상으로 끌어내겠다는 시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