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해운사 운항 유조선이 피격됐다 지난달 31일 밤, 사우디산 원유 200만 배럴을 가득 실은 초대형 유조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던 중 수분 간격으로 발사체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 1척은 한국 해운사 장금마리타임이 운항하는 선박이었습니다. 이번 피격은 이란이 해협 통항 위반을 이유로 장금마리타임 관련 선박 5척을 포함한 45척에 대한 제재를 경고한 지 8일 만에 일어났습니다. 우연한 충돌이 아니라, 쌓여 있던 긴장이 터진 사건입니다.
피격된 선박 중 하나는 라이베리아 선적 VLCC(초대형 유조선) 세네갈프로스페리티호입니다. 오만 카사브 동쪽 17해리(약 31km) 해상에서 미상의 발사체 3발에 맞았습니다.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UKMTO)도 같은 해역에서 세 차례 공격이 있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나머지 1척은 사우디 해운사 바흐리가 운항하는 시드르호로, 카사브에서 약 30km 떨어진 지점에서 피격됐습니다. 두 선박 모두 지난주 사우디 주아이마 터미널에서 원유 200만 배럴씩을 실은 상태였습니다. 선원들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세운 호르무즈 해협 관리 기구,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이 지난달 23일 제재 대상 선박 45척의 명단을 공개한 직후 발생했습니다. 명단에는 VLCC,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이 포함됐고, 장금마리타임 소유 선박 5척도 들어 있었습니다. 이란은 벌금 부과와 화물 압류뿐 아니라, 해협 밖에서 원유를 배와 배 사이에 옮기는 환적 작업에 동원된 선박까지 제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운 정보업체 마리스크스는 이번 공격에 대해 "오만 해상 통로 내 안보 위협이 한층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지난 8월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의 원유 선적과 판매를 재개했습니다. 이란은 이 해협의 통항 규정을 이유로 외국 선박을 압박해 왔습니다. 장금마리타임은 아람코의 핵심 원유 수송 파트너로, 중동 고수익 노선을 적극 공략해 왔습니다. 올해 들어 중고 유조선 73척을 약 8조 2000억 원에 사들여 세계 탱커 매입 규모 1위에 올랐습니다. 이는 매입 규모 2위부터 9위 선사들의 지출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긴장이 높아지는 해역에서 공격적으로 선대를 늘려온 구조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있습니다.
보도가 나오자 장금마리타임과 한국해운협회는 즉각 입장을 냈습니다. 한국해운협회는 "세네갈프로스페리티호와 이란 블랙리스트에 오른 5척 모두 해외 선주가 100% 소유한 선박"이라며 "장금마리타임은 실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해당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이 없으며 전원 외국인으로 구성돼 해외 석유회사에 재용선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선박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운항(용선)만 하는 구조가 법적 책임 소재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장금마리타임은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의 장남인 정가현 이사가 100%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국적 외항선사입니다. 현재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MSC가 지분 50% 인수를 추진 중이며, 그리스 경쟁당국은 이미 기업결합을 승인했습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심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형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시점에 핵심 운항 해역에서 안보 리스크가 불거진 셈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한국 해운사 선박"이라는 표현이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국제 해운에서는 선박의 국적(선적), 소유 주체, 운항 주체, 용선 주체가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세네갈프로스페리티호는 라이베리아 선적이고, 소유는 해외 선주이며, 운항은 장금마리타임이 맡고 있습니다. 피해 여부나 책임 범위를 판단할 때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한국 선원 탑승 여부 등 추가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경우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콜센터(02-3210-0404)에 문의할 수 있습니다. 31일 밤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사체를 맞은 유조선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다만 누구의 배인가는, 한 줄로 말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